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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장

온채원은 한 명 한 명 꼼꼼히 기억했고 소개를 마친 박민철이 손을 내저었다. “됐어, 다들 일 봐. 참, 태성이는 결혼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가족들끼리만 알고 있어. 태성이 눈에 띄는 것도 괜찮으면 밖에 나가서 얘기하고.” 다들 서둘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감히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그 미친 박태성은 그나마 제압할 수 있는 박민철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감히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박민철 역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사람들을 무시하곤 온채원에게 함께 위층으로 가자고 했다. “채원아, 가자. 네 방 보여줄게. 며칠 동안 준비했는데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바꿔줄게.” 온채원은 어른들을 향해 허리를 굽히고는 박민철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두 사람이 위층으로 올라가고 고모의 네 딸 중 한 명이 불만을 품은 듯 말했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요란하게 방을 준비하길래 우리한테 주는 줄 알았네. 엄마, 할아버지는 나를 제일 예뻐했는데 왜 저 여자한테 저렇게 잘해줘?” 배가 부른 고모도 고개를 끄덕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 방도 그렇게까지 좋지 않아. 아빠는 대체 외부인한테 왜 저러는 건지.” 여자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불만을 드러냈지만 이 모습을 본 둘째 숙모의 눈에는 예리함이 번뜩였다. ‘멍청하긴.’ 박민철이 저 손주며느리를 대하는 남다른 태도가 보이지도 않나. 이럴 때는 시기하고 질투하는 게 아니라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현명했다. 숙모는 둘째 삼촌에게 눈치를 주며 멍청한 가족들을 무시한 채 자리를 떠났다. 온채원은 위층으로 올라가서 눈앞에 펼쳐진 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오아시스 빌리지 박태성의 침실보다 더 큰 방에 별도의 옷장, 신발장, 드레스 룸, 부드러운 카펫, 2미터가 넘는 킹사이즈 침대, 전체적으로 발랄하고 소녀다운 분위기의 베이지 분홍색으로 꾸며진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할아버지, 저 여기 살아요?” 박민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꾸민 너희 신혼 방인데 어때? 마음에 안들면 바꾸면 돼.” “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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