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장

박민철이 온채원을 데려갔기에 육재하는 동생 육재희에게 도민지를 넘겼다. 그러고는 박태성에게 멱살을 붙잡힌 채 끌려갔다. “형, 말로 해요.” 쾅! 방문이 닫히고 박태성은 육재하를 싸늘하고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무슨 짓이야?” 육재하는 어이가 없었다. “형, 난 정말 무슨 짓할 생각 없었어요.” “육재하, 너까지 날 배신해? 남들은 몰라도 난 너를 잘 알아. 여자한테는 잘 웃어주지만 근처엔 절대 안 가는데 온채원한테는 왜 그러는 거야?” 육재하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 “형, 온채원 씨가 안쓰럽지 않아요? 무슨 오해가 있는 건지 형은 계속 그 여자가 형과 결혼하려고 수작 부린다고 하는데 제 생각엔... 어쩌면... 형이랑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박태성은 문득 온채원이 오아시스 빌리지에서 나가기로 합의했던 이틀이 떠올랐다. 말끝마다 아저씨라고 부르며 자신에겐 관심이 없고 미친 것 같다며 거침없이 쏘아붙이던 때. 그때의 온채원은 진심 같았다. 박태성은 고개를 저으며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을 떨쳐내고 미간을 찌푸리며 거친 말을 뱉어냈다. “그 여자가 대단한 수작을 부렸나 봐. 너까지 속아 넘어간 걸 보면.” 육재하는 드물게 박태성을 향해 화를 냈다. “형은 능력도 있고 힘도 있으니까 정말 온채원 씨의 상황에 대해 알고 싶으면 쉽게 알아낼 수 있지 않아요? 단순히 혼자만의 생각으로 다른 사람한테 상처 주지 마요. 형이 이렇게 안 믿어주는 그 여자가 정말 불쌍해요.” 육재하는 더 이상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듯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서서 문을 나섰다. 박태성은 한번 단정 지은 일은 옆에서 뭐라고 해도 듣지 않았다. 박태성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믿을 수 없다. 이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박태성, 몇 번을 죽다 살아났는데 아직도 다른 사람을 믿고 싶어? 우스웠다. 하지만 어쩌면... 한번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한편, 도민지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육재희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날 육재희는 도민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