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장
서강호는 왼손에 채소 바구니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송연아 씨의 손을 잡은 채 지하철에서 내렸다.
“연아 씨, 내일 고향에 내려가서 저희 할머니랑 연아 씨 외삼촌 부부도 운성시로 모셔 오죠.”
서강호가 걸으면서 말했다.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양쪽 집안에서는 아직 상견례를 치르지 못했다.
“그리고 연아 씨 부모님께도 인사드려야 할 것 같아요. 꼭 찾아뵙고 예를 올리고 싶어요.”
송연아는 그의 팔짱을 끼고 머리를 기대며 미소 지었다. 좋은 사람과 결혼하면 이렇게 행복이 저절로 찾아오는 듯했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신경 써주고 심지어 본인보다 더 세심하게 챙겨주니 말이다.
집으로 돌아온 서강호는 채소 바구니를 경비 아저씨께 드렸다. 다음 날 고향으로 내려가 이틀 정도 머물 예정이라 채소가 오래되면 신선하지 않을 것을 걱정해서였다.
집에 들어간 후, 서강호는 속이 더부룩하다고 했다.
송연아는 그를 위해 속을 따뜻하게 해주고 숙취 해소에도 좋은 국을 끓였다. 그녀가 국을 방으로 가져갔을 때, 서강호는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도 꽤 컸다.
송연아는 국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창문 앞으로 가 보았다. 밖에 이정호가 서 있었다.
“문 열어! 송연아, 문 열어 달라고!”
술이 잔뜩 취한 듯 그는 문을 붙잡고 있었는데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송연아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그를 바라봤다. 마침 옆집 문이 열리며 온서우가 잠옷 차림으로 나왔다. 그녀는 이정호가 자기 집이 아닌 송연아의 집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더니 화가 난 얼굴로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대문을 잠그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가을이 깊어져 밤에는 날씨가 꽤 쌀쌀해졌다.
이정호는 문을 열리지 않자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가 그녀의 집 앞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린 것 같은데요?”
그때 샤워를 끝낸 서강호가 욕실에서 나왔다.
“이정호예요.”
송연아는 창밖을 가리켰다.
서강호는 창문 가까이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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