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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추가로 아래와 같은 문구도 더했다. [이정호와 저는 이달 초에 헤어졌습니다. 이유는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함께한 8년 동안 더없이 행복했던 건 사실입니다.] 송연아가 올린 글은 곧바로 실검에 올랐고 순식간에 조회수도 급증했다. 그 시각 조슬기는 댓글을 달면서 혀를 내둘렀다. “정말 그분과 연인 사이였군요.” 송연아는 어이가 없었다. “그럼 제가 뭐 거짓말이라도 했겠어요?” “전 선생님이 채권자인 줄 알았어요.” 송연아는 피식 웃으며 조슬기에게 다가갔다. 손가락을 움직이며 빠르게 타이핑을 하고 있었지만 기재되는 댓글마다 악플들로 금세 덮어졌다. “쯧쯧. 팬들이 언플하고 있네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선생님은 이런 쪽에 관심이 없으니까 아마 모르실 거예요. 일종의 여론몰이랄까? 옳고 그름은 전혀 따지지 않고 그냥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여론을 몰아가는 거죠.” 조슬기는 타이핑에 지쳐 한숨을 내쉬었다. “온서우가 일을 크게 만드네요. 아마 상대편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선생님의 글이 실검에 올랐다는 건 배후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증명하기도 하죠. 상황이 점점 더 재밌어 지는데 일단 기다려볼까요?” 조슬기는 졸업 사진으로 보이는 사진을 한참이나 쳐다봤다. 사진 속에는 8, 9명 정도 있었는데 앞줄 정중앙에 학사복을 입은 이정호가 서 있었고 그 옆에는 송연아가 있었다. 송연아는 졸업전이라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은 연인처럼 손을 맞잡은 채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정호의 반대편에는 온서우가 서 있었고 그녀는 옆에 있는 여학생과 하트 포즈를 취했다. 막 졸업한 그들은 활기가 넘쳤고 사회생활에 찌든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밝게 빛나는 두 눈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선생님, 옆에 있는 온서우가 못생겨 보일 정도로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조슬기를 혀를 내둘렀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이 사진을 보자마자 알겠죠. 누가 이정호 씨와 진짜 커플이었는지. 생각할수록 너무 억울하고 열받네요.” 댓글을 살펴보고 있던 조슬기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아니, 이 사람들 진짜 미친 건가? 이게 어딜 봐서 포토샵으로 조작한 거야. 어이가 없네.” 송연아는 단지 온서우의 해명을 원할 뿐 여론에 큰 파문을 일으키려는 의도는 없었다. “선생님, 사진 속 사람이 댓글을 달았어요.” 조슬기는 재빨리 핸드폰을 송연아에게 건넸다. “엄친아, 엄친딸 커플로 유명했다는데요? 학교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대요.” 송연아는 댓글을 단 그 사람이 육현아란걸 눈치챘다. 육현아는 온서우의 같은 반 친구이자 허기태의 여자 친구였다. 물론 그들 사이는 아주 좋았다. “누가 답글을 달았어요.” 글은 없었지만 긍정의 이모티콘 세 개가 기재됐다. 프로필 사진을 열어보니 허기태와 임지헌이었다. 조슬기는 다시 실검을 확인했고 확실히 방금 전보다 반응이 훨씬 더 뜨거워졌다. “드디어 마케팅 계정에서도 리트윗하기 시작했어요. 진실을 알게 된 사람이 점점 많아지겠네요.” 그러나 기쁨도 잠시 새로 고침하자 곧바로 실검에서 사라졌다. “뭐지? 왜 갑자기 없어졌지?” 한참을 찾아봤지만 관련 게시글이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온서우의 팀이 움직인 것 같네요.” 송연아는 사진 한 장을 더 올리려고 말없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계정이 금지되었다. “돈으로 다 처리했나 보네요.” 조슬기는 여론을 살피며 말을 덧붙였다. “마케팅 계정도 게시글을 삭제했어요.” 송연아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게 이토록 힘든 일인 줄은 전혀 몰랐다. “이제 어떡하죠?” 조슬기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우리 같은 일반인은 대스타와 재벌 2세를 이길 방법이 없어요.” 이때 병원장이 집무실로 잠깐 오라며 전화를 걸어왔다. 퇴근 시간이었기에 송연아가 원장실로 갔을 때 그는 마침 집무실에서 나오는 중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얘기하자.” 송연아는 원장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고 그곳에 두 사람밖에 없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린 채 잠시 생각하더니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송연아는 당황스러웠다. “그게 무슨 말씀이죠?” “일단 당분간만 쉬어.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연락할게. 연아 씨도 알다시피 병원에도 질서가 있고 명예가 있으니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개인으로 인해 병원이 손해를 보는 건 안 되잖아.” “인터넷에 떠도는 건 전부 다 루머예요.” “루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병원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돼.” “저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습니다.” “연아 씨의 의견을 묻는 게 아니라 이건 명령이야.” 송연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예전에도 사건이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병원은 의사의 편을 들며 지켜줬다. 하지만 이번 일은 사적인 문제인데 원인도 명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으니 불합리한 건 사실이다. “이정호의 제안으로 내린 결정인가요?” 원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아 씨, 내가 예전에도 말했잖아. 신분이 높은 사람이랑 싸워서 좋을 게 없다고.” 송연아도 한숨을 내쉬었다.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기 전까지 휴직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습니다. 원장님의 말씀대로 휴직을 한다면 그 루머가 사실이라는 걸 입증하는 것밖에 더 되겠어요? 싫습니다. 전 내일도 출근할 겁니다.” “연아 씨, 차라리 그 사람 찾아서 사과하는 게 어때?” “안 그래도 직접 찾아갈 생각이었어요.” 병원에서 나온 송연아는 곧장 허기태의 주점으로 향했다. 그녀를 본 종업원은 미리 약속을 잡은 줄 알고 이정호의 룸으로 안내했다. “너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임지헌의 목소리다. “참견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곧이어 짜증 섞인 이정호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연아 씨랑 8년을 만났잖아. 하루 이틀도 아니고 8년이라고. 지금 인터넷에서 연아 씨를 불륜녀라고 몰아가는데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어? 넌 정말 인간도 아니다.” “닥쳐.” “됐고 난 무조건 연아 씨의 편이야.” 룸은 매우 어두웠고 그곳에는 이정호와 임지헌 단 둘뿐이었다. 그들 앞에 놓인 테이블에는 아직 개봉하지 않은 와인과 위스키들이 가득했다. “연아 씨, 언제 왔어요?” “쟤랑 할 얘기가 있어서요.” 이정호는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송연아의 눈치를 살피다가 고개를 숙였다. “나 휴직시킨 사람이 너야?” 송연아의 질문에 이정호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일단 당분간 좀 쉬고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복귀해.” “여론? 언제 잠잠해지는데?” 송연아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 온갖 치욕과 악플을 감수하고 죽을 만큼 힘들 때? 아니면 온서우가 피해자라는 이미지가 각인될 때? 그것도 아니라면 두 사람이 결혼할 때를 말하는 건가?” “마음대로 생각해.” “네가 직접 나서서 내 결백을 증명해.” “안돼.” 송연아는 앞으로 걸어가더니 와인 한 병을 집어 들고 테이블 모서리에 세게 내리쳤다. 순간 파편이 사방으로 날았고 바닥에는 술이 흥건했다. 임지헌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고 이정호도 당황한 듯 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송연아는 깨진 와인병을 바닥에 내던지며 이정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내가 만만해? 내가 우습냐고.” 이정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지금 나서면 서우 이미지가 망가지잖아. 어쩌면 일을 그만둬야 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네가 참아.” 송연아는 어이가 없었다. “참으라고? 내가 왜 참아야 하는데?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송연아, 이제 그만해. 억지 좀 그만 부려.” 그들의 체면을 지켜주고 싶어했던 송연아와 달리 그들은 너무나 뻔뻔했다. “이정호는 차 같은 존재랄까? 연락하면 동서남북 어디든 바로 달려오거든요. 사랑? 그게 뭐가 중요해요. 어차피 내가 운전대를 잡으면 이정호는 무조건 내 말을 들을 텐데. 그쪽이 여자 친구라도 이정호는 영원히 나를 위해 움직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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