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장

“언니, 일부러 넘어진 거 맞죠?” 윤서아가 이렇게 생각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맞힌 허리는 아직도 아프다. 분명 시퍼렇게 멍이 들었을 것이다. 옷을 벗어 보여주고 싶었다. 아무리 남자가 궁해도 이렇게까지 멍청하지 않다. 어이가 없는 얼굴로 힐끗 바라봤다. 그러나 윤서아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언니, 진형우에게 안긴 느낌이 어때요? 팔 힘이 엄청 세지 않아요? 품이 너무...” “윤서아!” 그녀의 말을 끊었다.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 응?” 윤서아는 진짜로 화 난 내 모습을 보고 혀를 홀랑 내밀었다. 입으로는 시시덕거리면서 뭐라고 지껄였지만 아주 낮은 목소리라 듣지 못했다. 나는 아픈 곳을 쓰다듬으며 전기실을 나왔다. 그제야 진형우가 나를 부른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만 난처하게 된 셈이다. 이 인간이... 보아하니 그와 거리를 두어야겠다. 정신도 흐트러지면 안 된다. 그저 평범한 갑으로 여겨야 한다. 게다가 우리는 그저 선을 본 것뿐이지 아무런 일도 없었다. 윤서아는 진형우에게 자료를 건네준 후 뒤따라 나왔다. 옆에 서 있는 나를 보고 물었다. “언니, 진형우 씨가 우리보고 먼저 튜닝 현장에 가 있으라고 해요. 조금 이따가 오겠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서아와 같이 먼저 가려고 할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서현우의 전화였다. “어디야? 왜 나를 버려두고 상관하지 않는 것인데?” 그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지금까지 가지 않았단 말인가? 그러니까 놀이동산을 미리 한 번 다 놀았단 말인가? “간 줄 알았어.”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안 갔어. 어디야?” 서현우가 물었다. 튜닝 위치를 말했더니 서현우가 찾으러 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한 지 한 시간이나 지난 후에야 찾아왔다. “길을 잃은 거야?” 농담 식으로 물었다. 서현우는 연못의 공을 손에 쥐고 놀고 있었다. 역시 스누커 전 챔피언답게 공 같은 것만 봐도 손이 가나 보다. “나는 전 세계의 미로를 가 본 사람이야. 이 정도로 길을 잃지는 않아.”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