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장

“형우야, 방을 바꾸고 싶어 하던 사람이 바로 이 아가씨야. 둘이 천천히 상의해 보지 않을래?” 집주인이 말을 끼얹자 그 이상한 분위기를 깨뜨릴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나은이라고 합니다. 혹시 그쪽이 묵고 있는 방하고 제가 바꿀 수 있을까요?” “아니요.” 그는 방금 머리를 감던 깔끔한 동작과도 같이 거절을 했다. 마음이 은근 언짢아진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고 살짝 오기가 생겼다. “왜요?” 그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나를 힐끗하고는 초록색 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수돗물의 차가운 기운으로 인해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한나은이라고?” 집주인이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화내지 말게. 형우가 여자애를 잘 달랠 줄 몰라서 저래. 내가 나중에 귀띔해 주도록 할게.” 성깔이 제법 있는 나도 일부러 소리를 높였다. “아니요. 그 방에서 산다고 신선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바꾸기 싫으면 말죠 뭐.”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집주인은 나를 잡아당겼다. “사납게 굴지 마. 군대에 있었던 아이라 괜히 심기를 건드렸다가 못 볼 꼴 볼 수 있어.” 참... 영광스러운 인민군 병사를 범죄자 취급했다는 생각에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아가씨, 그렇게 웃지 말라니까. 내가 한 말들이 다 사실이야... 바로 이 길 건너편에 있는 그 과부 있잖아. 하루가 멀다 하고 형우 방문을 두드리며 못살게 구니까 형우가 침대 시트로 말아서 내쫓았어. 여기 이웃들이 다 알고 있는 일이거든.” 또 과부... 내가 과부하고 아주 인연이 있나 보네... “그래요? 그 과부가 혹시 저 사람 침대에 오르려고 했어요?”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려고 했는데 그러기도 전에 내쫓긴 거지. 얼마나 쪽팔려.” 집주인은 혀를 내둘렀다.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걱정 마세요. 저는 과부의 환심을 사는 남자한테 관심이 없어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민소매가 아니라 검은색 티셔츠를 갈아입고 검은색 가죽옷을 걸친 그 남자가 마침 방문을 나왔는데 도도하기 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