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장

딱딱한 침대 위에 누워 눈앞이 혼란스럽기만 하고 머릿속이 텅 비어 있는 나는 끝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휴대폰을 열었고 화면에는 고진영과 윤서아가 보내온 메시지 알람이 떠 있었다. 윤서아: 언니, 오늘 하루 종일 바삐 보내긴 했는데 언니가 부탁한 일인 다 끝냈어요. 그러니까 내일 결혼 사탕으로 보상해 줘야 돼요. 마지막으로 신혼 축하 드려요. 평생 행복하기를 바래요. 그 소식을 보자 조소적으로 입꼬리를 올린 나는 아무 답장을 하지 않았다. 고진영: 한나은 씨, 강 대표님을 오해하고 있는 거예요. 강 대표님하고 한나은 씨 사이가 틀어지게 되면 그건 전부 다 제 탓이에요.” 이 소식 또한 답장하지 않았고 되레 모멘트를 열어 사진첩으로 놀이터에서 찍었던 그림자 사진을 게시물에 올리고 글귀를 남겼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진을 올리고 나서 나는 강지훈과 관련된 모든 게시물들을 삭제했다. 이건 이혼한 연예인들이나 하는 행동과 맞먹었다. 연인도 결혼도 할 수가 없는 사이로 발전한 이상 한때 좋았었던 추억을 남겨둔다는 자체가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격이나 다름없다. 일사천리로 상황을 마무리 짓고 나자 어느덧 밤 3시가 되었고 눈이 시려진 나는 눈을 감고 휴대폰을 한쪽에 버려두었다. 바로 그때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내 문 앞을 지나 자물쇠를 여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곧 고요해졌다. 진형우가 돌아온 거다. 잠은 늦게 잤어도 나는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시끌벅적한 소란스러운 소리로 도저히 잠을 더 청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눈꺼풀이 뻑뻑해 눈을 뜨기 힘들어져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날 힘이 없었다. “형우야, 오늘 저녁에는 일찍 좀 들어오면 안 돼? 새로운 세입자들하고 같이 식사도 해야지.” 어르신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허나 왠지 모르게 집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오늘 못 돌아오니까 저 기다리지 말고 먼저 드시도록 하세요.” 진형우의 말투는 여전히 딱딱했다. 재미가 없어. 이런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도 있다니 참으로 정신이 어떻게 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