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너무나도 거칠고 딱딱해 보여서 심지어 약간 무서웠다. 그동안 내가 접촉한 남자들은 거의 하얗고 정교한 얼굴에 슈트를 입고 다니는 그런 남자였다. 하지만 눈앞에 이 남자는 마치 금방 출소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가방을 꽉 잡았다. 순간 유세정이 내 가방에 넣어준 방어용 스프레이와 칼이 생각났다. 그런데 내가 물건을 만지기도 전에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시동을 걸었다. 방금 왜 날 본거지? 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도시 때문에 치유된 심장도 다시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기사를 경계하느라고 지나가는 풍경을 전혀 감상하지 못했다. 차가 멈추자, 난 돈을 내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 택시가 멀어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현재 시각은 저녁 10시, 이런 장소에 오기엔 내 생각이 확실히 짧았다. 부모님을 살던 곳을 찾고 싶으면 사실 낮에 와도 됐다.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었다. 이곳은 아주 오래된 거리였다. 벽도 아주 낡았고 길도 울퉁불퉁했다. 땅에 물이 고여있는 곳도 있어서 캐리어를 끌고 이곳을 지나가는 건 어려웠다. 결국 난 힘을 쓰며 캐리어를 들어 올렸다. 아삐가 남긴 주소는 골목 42번지라고 적혀 있었다. 집 앞에 붙어있는 번호판을 보며 드디어 42번지를 찾았다. 문에는 심지어 입대란 글이 적혀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집을 누가 임대하겠어?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중간은 마당이었고 사면에는 전부 방이었다. 마당 한복판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게 은행나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난 이 나무를 보면서 자랐다. “사람 찾으러 온 거요, 아니면 숙박하러 온 거요?” 이때 나이 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머리카락이 하얀 할머니가 가는 지팡이를 짚고 날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임대하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며 제일 동쪽의 방을 가리켰다. “저 방이요.” 아빠가 그랬었다. 자기가 살던 곳에 집이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