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
그 순간 박시아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단호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더니 또박또박 말했다.
“유강 그룹의 이름으로 맹세합니다. 이도준이 지금 이룬 성과는 나, 박시아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김아진 씨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을 들을 겁니다.”
박시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구윤오가 손뼉을 치며 말문을 열었다.
“여러분, 설마 이도준 씨를 질투하는 건 아니겠죠? 전 이도준 씨를 믿습니다! 이도준 씨가 이 팔찌를 경매에 내놓았다는 건 분명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때 한 노인이 천천히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와 팔찌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흥분한 기색으로 말했다.
“이 팔찌는 1억 원이 아니라 10억의 가치도 넘습니다! 나이 들고서 이런 보물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그 노인은 나에게도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는 국내 최고의 감정 전문가였고 한때 국가에서 역사 유적 박물관으로 초청했지만 그가 거절한 적이 있었다.
노인의 말이 끝나자 조금 전까지 비웃던 사람들은 순간 말을 잃었다.
잠시 후 그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로엘 그룹의 옛 지위는 유강 그룹이나 온진 그룹에 결코 뒤처지지 않았어. 이 팔찌는 아마도 이도준의 아버지가 남긴 유산일 거야.”
“그렇지. 아무리 힘들어도 과거 귀공자였던 사람이 이런 저렴한 물건을 내놓을 리가 없지.”
“이 사람들은 그저 우물 안 개구리일 뿐이야.”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아까 나를 비웃던 사람들의 얼굴은 금세 창백해졌다.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나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무지했습니다.”
“제발 저희를 용서해 주세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식사라도 대접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구윤오가 급하게 전화를 받더니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 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나는 김아진을 찾아보려 했지만 그녀는 한 여인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눈 후 함께 나가버렸다.
어쩔 수 없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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