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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장

안에서 더 이상 아무런 응답이 들리지 않았다. 눈에 실망의 기색이 서린 채 나는 다시 한번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려다 멈추고 결국 돌아서기로 결심했다. 골목을 지나가던 중 갑자기 누군가 내 뒤에서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다음 순간 눈앞이 어두워지며 의식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낯선 장소가 눈앞에 펼쳐졌다. 손발은 묶여 있었고 나는 순간적으로 공포에 휩싸였다. 몸부림치며 일어나 탈출할 방법을 찾으려 애썼다. 그때 문 앞에 한 인물이 나타났고 곧 강시후의 잔인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며 그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도준, 결국 너도 내 손아귀에 떨어졌구나.” “네가 있는 곳은 버려진 공장이야. 걱정 마. 여긴 아무도 찾지 못할 곳이지.” 나는 침착하려 애쓰며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강시후, 너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야?”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내 내 턱에 겨누며 말했다. “이도준, 넌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어. 나는 똑똑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거든.” “그래서 널 그냥 보낼 순 없어.” 나는 그에게 침을 뱉으며 혐오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퉤! 강시후, 너도 언젠가 반드시 벌을 받을 거야!” 내 행동에 그는 화가 치밀어 얼굴에 묻은 침을 닦아내며 주먹을 꽉 쥐고는 내 배를 세게 가격했다. “이도준, 이제 죽게 생겼는데 아직도 나한테 신경 쓸 시간이 남아 있냐?” 그러더니 다시 내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난 네 그 오만한 태도가 너무 싫어. 마치 세상에서 네가 제일 잘난 사람인 것처럼!” 강시후는 분풀이하듯 내 몸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고 내가 반항할 힘조차 잃었을 때야 비로소 멈췄다. 나는 힘겹게 머리를 들어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때... 네가 박시아네 부모님 차에 손을 대서 사고 낸 거 맞지?” “강시후, 넌 벌 받을 게 두렵지 않냐?” 하지만 강시후는 내 질문에 직접 대답하지 않았고 되레 칼을 들고 내 얼굴에 대며 웃었다. “이도준, 내가 널 죽이면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그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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