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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박시아, 설마 도준이가 날 위해서 나섰다고 질투하는 건 아니지?” 김아진은 박시아의 과격한 반응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박시아는 큰 웃음거리라도 들은 듯 나를 가리키며 비웃었다. “이도준? 김아진, 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라고. 저런 살인자 때문에 내가 질투를 할 것 같아?” “난 박시아야. 예전에도 이도준을 사랑하지 않았고 지금도 아니고 앞으로도 절대 사랑하지 않을 거야!” 그녀의 말은 마치 가시처럼 내 심장을 조여왔고 숨이 가빠졌다. 박시아와의 3년간의 결혼 생활이 내겐 그저 비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그 시절, 나는 순진하게도 그녀가 언젠가 내 진심을 알아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나를 비참하게 감옥에 보낸 박시아의 배신이었다. 이미 상처투성이인 내 마음이 다시 한번 깊게 찔렸다. 나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아진아, 잠시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게.” 그 말을 남기고 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뒤돌아 나갔다. 뒷정원의 길을 무작정 걷는 나의 머릿속에 박시아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그녀가 만약 깨달음을 얻고 나를 사랑하게 된다 해도 이제 그것조차 나에겐 사치스러운 꿈이 되어버렸다. “이도준?” 앞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를 바라보는 낯익은 남자가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정말 이도준 맞아?” 그의 혼란스러운 눈과 마주친 나는 순간 멈칫했다. “장수호? 여기서 널 다 만나네.” 장수호는 예전 내 친구였다. 로엘 그룹에 일이 생기기 전까지 그는 항상 내 옆에서 일했었고 능력도 꽤 괜찮은 친구였다. 그는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나에게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집이 이 근처야. 정말 오랜만에 본다. 네가 이렇게 업계에서 인정받는 인재가 될 줄은 몰랐어.” 나는 그의 담배를 받아 물고 불을 붙이며 겸손하게 말했다. “그 정도는 아니야. 그런데 넌 요즘 뭐 하고 지내?” 그러자 곧 장수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대답하기를 꺼려하는 듯했다. “대단한 일은 아니야. 그냥 남 밑에서 일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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