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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

핸드폰을 꺼내 들고 나는 김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생일 파티 어디서 열려? 지금 갈게.” 수화기 너머로 김아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그런 파티에 올 필요 없어. 별로 참석할 만한 것도 없어.” “김아진,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거야? 친구라고 생각하면 생일 파티 장소 보내줘.” 나는 일부러 불쾌한 척 말했다. “알겠어. 지금 보낼게.” 곧 위치가 전송되었고 나는 핸드폰의 내비게이션을 확인한 후 회사 문을 나섰다. 그렇게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생일 파티 장소로 향했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김아진이 불쾌한 얼굴로 몇몇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곧 분노가 폭발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뭐? 내가 틀린 말 했어? 그때 이도준이 이현태를 죽인 건 사실이잖아. 그런 놈이 무슨 자격으로 여기 온 거야?” “맞아. 그때 이도준은 시아에게 매달리던 비참한 놈이었지. 시아를 손에 못 넣겠으니까 부모님까지 끌어들여서 현태와 시아를 떼어놓으려 했잖아!” “진짜 비열해! 그때 이씨 가문이 협박하지만 않았어도 시아가 이도준이랑 결혼했겠어?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참지 못한 김아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희들 말 좀 가려서 할래? 이건 내 생일 파티야. 내가 초대하고 싶은 사람을 초대할 거야!” “게다가 도준이가 이현태를 죽였다고 어떻게 확신하는 건데? 혹시 이현태가 죽었다가 살아나서 너희한테 말이라도 해줬어?” 이 광경을 보고 나는 순간 움찔했다. 마치 발밑에 납덩이를 단 것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를 위해 김아진은 오랜 동창들과의 관계를 서슴없이 끊어내고 있었다. 김아진의 말에 그들은 잠시 말문이 막혔으니 곧 한 여자가 비웃으며 말했다. “김아진, 너 혹시 이도준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해주려고 하네!” “웃기지 마! 시아 옆에 있던 하찮은 놈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생긴다고?” “김아진, 짝이 하도 없으니까 살인자 같은 놈을 좋아하는 거야?” 도저히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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