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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맥주가 한 병, 두 병 넘어가자 배가 팽팽해지는 느낌에 나는 도움을 요청하듯이 김아진을 쳐다봤다. 하지만 김아진은 그저 웃으며 말했다. “도준아.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너도 함께 술 마시며 놀아. 그동안 다들 프로젝트 때문에 매일 야근했으니까 힘들었던 만큼 오늘은 마음껏 즐기고 싶을 거야.” 오늘 술에 취하지 않고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아예 신경 쓰지 않고 이들과 함께 마시기로 했다. 술이 몇 잔 들어가니 머리가 띵하고 시야마저 흐릿해졌다. 이때 누군가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김아진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준아, 회사에서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난 지금 회사로 돌아가야 해. 너는 여기서 계속 놀아. 나중에 끝나면 영수증 나한테 보내줘. 내가 결제할게.” 김아진이 일어나는 걸 보고 나도 함께 일어섰다. “내가 데려다줄게. 나도 화장실에 가고 싶었어.” 아직 노래를 부르고 있던 몇 사람에게 인사를 건넨 뒤 나는 김아진과 함께 방을 나섰다. 몇 걸음 내디뎠을 때 우리는 안성욱과 마주쳤다. 안성욱은 우리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김 대표님, 이도준 씨 오랜만이에요. 여기서 놀고 계셨군요?” 나는 안성욱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말했다. “내 방으로 와서 한잔할래요?” 안성욱은 진지하게 우리를 초대했다. “죄송합니다, 안 대표님. 오늘 회사에 일이 좀 있어서 지금 돌아가야 해요. 다음에 꼭 한 잔 함께 하시죠.” 김아진은 정중히 거절했다. 그 말을 듣고 안성욱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안 대표님,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 너무 많이 마셔서 더는 못 마실 것 같아요. 저도 곧 돌아가려고 합니다.” 안성욱은 손을 저으며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알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잔해요.” 나는 김아진을 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돌아가려 했는데 안성욱은 여전히 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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