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장
엘리베이터 안은 칠흙같이 어두웠다.
“어? 어떻게 된 거죠?”
고아람의 목소리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고아람과는 달리, 박해일은 아주 평온했다. 심지어 고아람을 위로하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것 같아요. 괜찮을 거예요.”
박해일은 침착하게 휴대폰을 꺼내 손전등으로 엘리베이터 안을 비췄다. 그런다음 구조 벨을 누른 뒤 119에 구조요청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박해일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때, 고아람은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다.
“구조 벨도 혹시 고장난 건 아니겠죠?”
조금 전에 박해일이 눌렀을 때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박해일은 그 구조 벨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것 같아요.”
잠시 후, 고아람은 119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 신호가 잡히지 않는지라 좀처럼 전화가 걸리지 않았다.
“그럼… 설마 다른 사람들한테 발견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고아람이 물었다.
“네. 그런 것 같아요.”
말을 마치고, 박해일은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층별 마다 버튼을 하나씩 꾹 눌렀다.
그는 휴대폰 손전등 불빛으로 고아람의 표정을 확인했다. 불빛 때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녀의 얼굴은 유난히 창백해보였다.
“무서워요?”
고아람은 약간 무서웠지만 일부러 강한 척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박해일은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본 듯 불쑥 한마디했다.
“여자는 너무 강한 척 하면 안 돼요.”
그 말에 고아람은 입술을 꾹 오므렸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바짝 달라붙은 채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오늘 제가 저희 집에 초대하지 않았더라면 변호사님께서는 엘리베이터에 갇히지 않았을 텐데…”
“보아하니 하느님께서 아람 씨 혼자만 가두고 싶지 않으셨나 봐요.”
박해일은 고아람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기운을 눈동자 속에 감춘 그의 두 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반짝거렸다.
“그래서 저도 가두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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