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장

고아람이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별안간 울려 손을 닦고 휴대폰을 들었다. “누나.” 이진우의 목소리에는 긴장과 조급함이 가득했다. “왜요?” 신미연이 이진우를 버린 것이라는 걸 안 뒤로 그녀는 말투가 많이 풀어졌다. “지금 집에 있어요?” 이진우의 물음에 고아람이 대답했다. “네.” “그, 그럼 매형은요?” 이진우는 고아람과 서지훈이 이미 이혼을 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신미연은 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고아람에게 서지훈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걸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고아람은 뭔가 알아챈 듯 물었다. “그 사람 만난 거예요?” 상대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네.” “매형이… 매형이….” 이진우는 고아람과 신미연은 사이도 좋은데 이런 걸 사실대로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영상 찍어줄 테니까 직접 봐요.” 통화를 마친 그는 서지훈을 포커스로 영상을 찍은 뒤 고아람에게 보내줬다. 영상을 확인한 고아람은 서지훈과 여자가 길거리에서 키스를 하는 모습에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답장을 보냈다. [이미 나랑은 이혼한 사이야. 앞으로 이런 일 있어도 나한테 알리지 마.] 답장을 마친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설거지를 이어갔다. 답장을 본 이진우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전에 신미연에게 들었을 땐 고아람과 서지훈은 캠퍼스 커플에서 결혼까지 한 진정한 사랑이라고 했었다. 신미연은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고아람과 서지훈의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혼이라니? 자신이 대체 뭘 놓치고 있었던 걸까? 그는 곧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매형이 바람을 피운 거예요?] 메시지는 보내졌지만 답장은 없었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서지훈과 박유연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서지훈이 누구와 만나고 누구와 입을 맞추는 지, 고아람에게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일에서 성적을 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바람이 있으면 기회가 오는 법이었다. 그날의 그 여자가 다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