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장

“….” 고아람은 할 말을 잃었다. 뒤로 물러선 그녀는 박해일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는 코트를 여몄다. 지하 주차장이 넓은 탓인지 사방에서 바람이 새어 들어와 몹시 추웠다. 그녀는 목을 움츠린 채 입구로 향했다. 밖으로 나가니 더더욱 추웠다. 고아람은 다시 로펌으로 돌아왔다. 로펌 1층에는 책들이 가득했다. 이미 절판된 좋은 책들도 가득하대서 그녀는 보러 갈 생각이었다. 공부를 하다보니 시간이 아주 빨리 흘렀고 저도 모르는 새에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1층의 불이 자동으로 켜졌다. 웅웅.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별안간 울렸다. 휴대폰을 꺼낸 고아람은 신미연인 것을 보고는 얼른 받았다. “나와, 밥 사줄게.” “왜 이렇게 멋있어?” “흐흥, 남주들은 다 이렇게 말하잖아?” 고아람은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주소.” “강변길 32.” “알았어.” 고아람은 시간을 흘깃 확인했다. “30분만 기다려>” “오케이.” 통화를 마친 고아람은 들고 있던 책을 제자리에 놓았다.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 불은 자동으로 꺼졌다. 센서 등인 듯싶었다. 그녀는 차를 타고 강변길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가니 신미연의 옆에는 주지안도 있었다. 그녀는 걸음을 우뚝 멈췄다. 고아람을 발견한 신미연은 곧바로 다가와 그녀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뭘 넋을 놓고 있어, 기억 안 나?” 고아람은 미간을 찌푸리며 신미연을 한쪽으로 잡아끌었다. “왜 미리 말 안 했어?”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뭘 미리 얘기까지 해?” 신미연은 고아람을 끌고 자리로 다가가자 주지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번에 고아람이 황급히 떠난 이후로 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약속을 잡았으면 나오지 않았을 게 분명해 그는 신미연을 불러 고아람을 대신 부른 것이었다. 고아람은 온몸의 세포가 그를 거부하고 있었다. 신미연이 고아람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서지훈은 바람을 폈으니 넌 걔 친구랑 자는 거, 짜릿하지 않아?” “….” 고아람은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