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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장

정희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기분이 언짢았다. 곧바로 망설임 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가더니 듣는 사람 무안하게 기분 나쁜 말들을 내뱉었다. “아빠, 말도 안 되는 망상에 불과하니까 꿈 깨. 언니 같은 성격이 현모양처가 된다면 그건 기적이야.” 정태성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언니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응원해 줘도 모자랄망정 하여튼 입만 살아서는.” “알았어. 말 안 하면 되잖아.” 정희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툴툴거리며 손에 들고 있던 약 한 그릇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아빠, 약 드셔야지.” 정태성은 고개를 끄덕이고선 다정한 눈빛으로 정은지를 바라봤다. “은지야,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정은지는 신경조차 안 쓴 듯 가볍게 웃었지만 시선은 정희수의 손에 들린 약에 머물렀다. 정희수는 그릇 하나를 들고 있었는데 한약이라고 하기엔 훨씬 더 짙고 고약한 향을 풍기는 뭔가가 담겨있었다. 저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진 정은지는 곧바로 물었다. “무슨 약이야? 왜 이렇게 쓴 냄새가 나지?” 순간 정희수의 눈에는 당황함이 스쳐 갔고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애써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이거? 엄마가 유명한 약사님한테 부탁해서 달여온 약이야. 심신 안정에 좋은 거라서 아빠가 꾸준히 마시면 건강이 회복된대.” 정태성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릇을 받아 들고선 눈을 감은 채 쓴 약을 한입에 꿀꺽 삼켰다. 그러고선 곧바로 하품했다. “하루 종일 신문 봤더니 조금 졸리네. 은지야, 별다른 일없으면 남아서 저녁 먹고 가.” 정은지는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우린 이만 나가볼 테니까 한숨 푹 자.” 말을 마친 정은지는 정희수와 함께 밖으로 나온 후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정희수는 이런 상황 자체가 못마땅한 듯 매섭게 정은지를 노려봤다. ‘어휴, 저 재수탱이.’ 불쾌한 기분을 억누르며 아래층으로 내려간 정희수는 약 그릇을 집사에게 건넸다. 정은지는 2층에서 정희수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집사를 예의주시했다. 잠시 후, 뒷마당. 정은지는 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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