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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장

정은지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지 정은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이번 생에 일어난 일들이 지난 생의 궤도를 벗어났으니까. 하여 수많은 위험이 닥쳐왔을 때 정은지도 예측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발까지 다쳐서 상황이 그녀에게 매우 불리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 두 사람은 곧바로 계획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거리에 도착했을 때 정은지가 갑자기 말했다. “빨리 도망쳐.” 임지현은 한시도 망설이지 않고 냅다 뛰어갔다. 그 순간 따라오던 사람들도 눈치채고 소리를 질렀다. “쫓아가.” 정은지는 아픈 발을 참으며 최선을 다해 뛰면서 여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웬일인지 이런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바로 여준수였다. ... 그 시각 여준수는 사무실에서 한 중요한 거래처와 회의를 하고 있었다. 회의 중에 방해받을까 봐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바꾸고 비서에게 맡겼다. 하여 정은지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 여준수가 전화를 받지 않자 정은지는 애가 타서 미칠 지경이었다. ‘준수 씨, 제발. 제발 전화 받아.’ 그녀는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결국 늦고 말았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몇 명이 쫓아와 정은지를 물샐틈없이 포위했다. “당신들 누구야? 이거 놔!” 정은지는 전처럼 그들의 아랫도리를 차려고 발버둥 쳤지만 발을 다친 바람에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사람들 모두 그전에 만났던 건달들보다 훨씬 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은지는 그들에게 맥없이 잡히고 말았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달리 방법이 없었던 정은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납치범들이 천 뭉치를 꺼내더니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 “웁... 웁...” 정은지는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지를 수가 없었다. 곧이어 한 사람이 검은 봉투를 들고 다가왔다. 그녀는 벗어나려고 계속 발버둥 쳤지만 검은 봉투를 씌우자 눈앞이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발버둥 치면서 떨어진 휴대전화만 길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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