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1장

“아.” 정은지가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소리쳤다. 원래도 묘하던 분위기가 그녀의 한마디로 인해 한층 더 묘해졌다. 얼굴이 한껏 붉어진 채 정은지가 말했다. “준수 씨, 살살해줘. 좀 아파.” 하지만 이 말을 꺼내고 나니 분위기는 더 이상해졌다. 이런 말은 왠지 그러한 상황에서나 나올 법한 말 같았으니 말이다. 여준수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정은지를 힐끔 쳐다봤다. 왠지 그녀가 자신을 일부러 유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은지는 이미 얼굴이 빨갛게 변해 더 이상 말을 못 하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이후 여준수는 서둘러 약을 발라준 후 약상자를 닫았다. “푹 쉬어.” 이 말을 끝으로 여준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 정은지가 외쳤다. “안 가면 안 돼?” 최근에 방을 따로 쓰기 시작하면서 서로 감정을 키울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지낸다면... 다시 준수 씨를 붙잡긴 어렵겠는데? 그럼 그냥 쇼윈도 부부가 되는 거잖아. 안 돼. 이렇게 가만히 놔둘 수는 없어.’ 하여 정은지는 덧붙여 말했다. “준수 씨, 오늘 밤은 나랑 같이 잘래?” 여준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하더니 바로 거절했다. “아니. 난 그냥 손님방에서 잘게.” 그 말과 함께 여준수는 나가려 했다. 하지만 정은지는 그가 나가는 것을 허락할 리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여준수를 등 뒤에서 끌어안았다. “가지 마, 제발. 나 요즘 혼자 자면서 자꾸 악몽 꿔. 너무 무서워...” 그 말에 여준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 방 따로 쓰기 시작한 지 꽤 됐잖아. 매일 준수 씨가 보고 싶어도 난 찾을 수 없고 밤에 깨어나도 준수 씨가 내 옆에 없다는 사실에 정말 외로워. 그러니까 오늘 밤만이라도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안 돼?” 정은지는 애원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여준수의 마음이 슬며시 누그러졌다. 사실 그녀와 같이 자는 것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참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됐다. 어쨌든 정은지는 그가 수년가 보호해주고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