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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장

정은지가 말하지 않으려 하니 여준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가 말하지 않을지라도 여준수는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다. 어제 정은지의 팔에 있던 상처를 발견한 후 그녀는 그저 부딪힌 거라고 말했지만 여준수는 그 말을 믿을 리 없었다. 그래서 아침에 회사로 도착한 후 그는 특별히 비서에게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부탁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정은지가 같은 반의 친구를 몰래 도와주고 있었고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다수의 불량배와 싸우다가 다쳤다는 것이었다. 또한 비서는 정은지가 친구의 일가를 자기 명의로 된 아파트로 데려다가 살게 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여준수는 그녀가 최근 학교에서 여러 가지 문제에 휘말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얼마 전에 벌어졌던 논문 사건으로 학교 전체가 정은지에 대한 소문으로 떠들썩했다. 아무도 그녀를 믿지 않았고 거의 모든 사람이 정은지가 대필을 썼다고 여겼다. 하지만 뜻밖에도 정은지는 끝내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고 오히려 한아진에게 크게 한 방을 되돌려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녀는 반 친구를 몰래 돕기 위해 또다시 자신을 시비 속에 휘말리게 내버려두었다. 요컨대 정은지는 한시라도 잠잠히 있질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하는 데는 그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니 여준수는 자연스레 캐묻지 않았다. 그러나 여준수에게 무엇보다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다면 정은지가 학교에서 박정후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여준수는 박정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정은지의 소꿉친구로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며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그래서 정은지는 늘 박정후에게 의지해왔다.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자신을 믿는 것보다 박정후를 더 많이 신뢰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은지는 여전히 박정후에게 도움을 요청할 뿐 여준수에게 한 마디조차 언급하지 않았던 것만 봐도 명백한 사실이었다. 심지어 다친 일조차도 그녀는 여준수에게는 털어놓지 않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여준수의 마음은 다소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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