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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장

마음속으로는 지금처럼 지내는 것도 괜찮다고 느꼈다. 두 사람 사이에 오해만 생기지 않는다면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두 사람 사이에 있던 단단한 벽도 결국 허물어질 것이니.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한 정은지는 안심하고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밤새 깊은 잠에 빠졌다. ... 다음 날. 정은지는 여느 때처럼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한 후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곧바로 교실로 가지 않고 박정후를 찾은 것이었다. 몇 번의 노크에 박정후는 찾아온 이가 정은지임을 알아보고는 곧바로 사무실로 그녀를 들였다. 사무실로 들어가기 무섭게 정은지는 바로 본론을 꺼내놓았다. “정후 오빠, 어제 내가 부탁한 일은 진전이 있었나요?” 박정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 불었어.” “진짜예요? 이렇게나 빨리 털어놓았다고요?” 정은지는 굉장히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소여희가 원래부터 고집이 센 편이라 면전에서 추궁해도 분명 끝까지 부인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박정후의 손을 통해 일이 이렇게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줄 몰랐다. 이제 와 보니 박정후에게 이 일을 부탁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인 듯했다. 이어서 정은지가 물었다. “그럼 그때 소 교수님은 뭐라고 했는데요? 어떤 태도였는데요?” “소 교수님은 처음에 자기 잘못을 다 고백한 후...”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박정후는 입을 열었다. 당시 귀까지 빨개진 얼굴의 소여희는 박정후의 맞은편에 선 채 한없이 불안한 모습으로 용서를 빌었었다. “박 교수님, 정말 내 잘못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학생을 억울하게 만들고 미래를 망치는 일은 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테니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앞으로는 좋은 사람이 될게요. 공정하고 헌신적인 교수가 될게요.” “박 교수님... 제발 부탁해요.” 하지만 소여희가 아무리 애원해도 박정후는 끝까지 냉담한 표정을 유지한 채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박정후는 잠깐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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