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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장

“대체 무슨 일이야?” 잔뜩 찌푸린 얼굴로 여준수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실수로 부딪친 것뿐이야.”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하던 정은지는 상처를 그에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소매를 내리려 했다. “움직이지 마.” 하지만 여준수는 그녀의 행동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눈에 봐도 아찔한 상처는 분명 심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정말 부딪힌 것이라면 어떻게 이런 상처가 생길 수 있을까? 여준수는 차갑게 코웃음 치며 물었다. “이건 누군가에게 맞은 상처가 분명해. 어딜 봐서 부딪힌 거라고 말하는 거야?” “나...” 당황한 정은지는 말을 더듬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웃으며 말했다. “맞은 게 아니야. 정말 그저 부딪힌 거라니까. 확실해!” 그 말을 들은 여준수는 다소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묻는다고 해도 그녀는 솔직하게 털어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정은지가 진실을 말하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더 이상 캐물을 필요도 없었다. 뒤이어 가스 불을 끈 여준수는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손을 잡고 소파에 앉혔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구급상자를 가져온 그는 정은지에게 조심스레 약을 발라주었다. 여준수가 자신을 위하는 모습을 보며 정은지는 마음속으로 행복했다. 평소 그토록 차가운 모습의 여준수는 사실 마음속으로 자신을 걱정해 주고 있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정은지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여준수는 상처를 입고도 웃고 있는 정은지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태로 웃음이 나와?” “웃으면 안 될 이유라도 있어? 다치긴 했지만 준수 씨가 있잖아.” 정은지가 뻔뻔스럽게 되받아쳤다. 차가운 코웃음과 함께 여준수가 말했다. “내가 보기엔 넌 관짝을 보기 전까지 눈물조차 흘리지 않을 것 같아.” 그렇게 말하더니 여준수는 참지 못해 덧붙였다. “앞으로는 좀 더 침착하게 행동해. 언젠가 더 크게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여준수의 말에 정은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럴 일 없을 거야.” “게다가 준수 씨가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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