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송유빈의 표정이 다소 심각해 보여 나는 농담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가급적 진지하게 말했다.
“알아서 잘 처리해 주십시오. 대감님 능력을 믿습니다.”
아바마마께서 재촉하신 탓인지 세 명의 심복은 금세 각자의 하인과 짐을 챙겨 공주궁으로 왔다.
그중 소이혁이라는 자가 가장 많은 짐을 가지고 왔는데 수행하는 하녀와 심부름꾼만 스무 명이 넘었다.
다른 물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옷만 해도 수십 개의 큰 상자에 담겨 있었다. 그의 집안이 얼마나 부유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원래는 세 사람을 모두 한곳에 모아 두고 감시하려 했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과 짐을 보니 원래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 사람당 큰 정원 하나씩을 내주었는데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마치 애첩을 셋이나 둔 것 같았다.
송유빈 또한 소이혁의 행차를 보고는 비웃으며 빈정거렸다.
“송씨 가문도 경성에 있고 공주궁은 부족한 것이 없는 곳인데 저렇게 많은 짐을 끌고 와서 과시하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 모르는 사람이 보면 혼수를 챙겨 온 줄 알겠네.”
나는 그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목소리를 낮추라고 주의를 주었다.
소이혁은 그의 말을 분명히 들었지만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 저와 두 동기는 공주마마와 송 대감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그러고는 정중하게 절을 올렸다.
나는 그에게 일어서라고 한 뒤, 함께 와서 감사 인사를 하는 다른 두 사람에게도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
떠나기 전, 나는 내 태도를 분명히 밝히며 정중하지만 거리를 두는 말투로 말했다.
“앞으로 이곳을 자기 집처럼 편히 생각하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집사에게 말하십시오. 저는 거처가 일정하지 않고 자유분방하며 규칙을 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괜한 문안 인사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용건이 있을 때만 오도록 하세요. 제가 궁에 없을 때는 제 측근에게 말해 두었다가 제가 돌아오면 다시 찾아오십시오. 정말 급한 일이라면 송 대감을 찾으시면 됩니다. 송 대감은 저와 같은 생각이니 무슨 일이든 그에게 의논해도 괜찮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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