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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나는 그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정해 준 적이 있다니요?” 송유빈이 웃으며 말했다. “마마께서도 아시다시피 명문가 자제들의 혼인은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부모님께서는 그 집안의 따님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하셔서 일방적으로 혼서를 주고받으셨습니다. 나중에 제가 완강히 거부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사람을 보내 파혼을 청하셨으나 그 집안에서는 도무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관아에 가서 사죄하고 벌금을 물고 나서야 혼서를 찢을 수 있었지요.” “허나 그 집안에서는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고 두 집안의 혼인은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지금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파혼한 일은 부끄러운 일이고 송씨 집안에 잘못이 있으니 상대의 체면을 생각하여 해명하지는 않았지만 혼약은 이미 오래전에 파기되었습니다.” “그러니 부디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혼약이 있는 몸으로 다른 여인에게 접근하는 파렴치한이 아닙니다.” 나는 태연한 그의 모습을 보며 또 다른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송씨 집안에서 대감께 집안과 격이 맞고 나이도 비슷한 아씨를 정해 주었을 텐데 그 집안의 따님은 여러 해 동안 혼인도 못 하고 기다렸다는 말이 아닙니까...” 송유빈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예. 그분께서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셨다면, 아마 지금쯤 아이가 뛰어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 아가씨를 동정해야 할지 송유빈을 동정해야 할지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 집안에서는 대감과 같은 좋은 사윗감을 놓치기 아까워서 계속 어물쩍 넘어가며 압박하려는 것이겠지요.” 이미 이 나이가 되었고 또 송씨 집안과의 혼사가 모두에게 알려진 마당에 그 아가씨의 집안이 아무리 명문가라 해도 좋은 혼처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그러니 송유빈이 그녀와 혼인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무정하고 책임감 없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을 터였다. 송유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영의정이 된 후, 저는 그 집안을 여러모로 보살펴 주고 집안, 외모, 인품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좋은 혼처를 주선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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