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근정전을 나와 함께 마차에 오르고 궁을 나서자마자 송유빈은 평소의 침착함과 분별력을 잃고 먼저 방금 아바마마와 내가 나눈 대화 내용을 물었다.
내 마차는 넓고 화려한 데다가 방음도 잘 돼서 밖에 있는 시종들이 듣는 것을 염려할 필요가 없었기에 나는 목소리를 낮춰 그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송유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면 그렇지. 과연 속셈이 있는 것들이었군요.”
“특히 그 성이 소 씨인 녀석은 딱 봐도 요사스러운 것이 방금 여러 사람 앞에서도 저리 교태를 부리는데 안 보이는 데선 무슨 짓인들 못 하겠습니까.”
나는 그가 누구를 말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에 물었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아바마마께서 이렇게 사람을 보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말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하시는 건가 아니면 내 행동을 감시하려는 건가?’
송유빈이 말했다.
“마마, 염려 마십시오. 만약 전하께서 공주궁을 감시하시려 했다면 이렇게 티 나게 하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아마도 마마와 제가 너무 가깝게 지내는 것을 우려하셔서 훗날 혼인에 지장이 있을까 봐 그러시는 것이겠지요.”
나는 다소 놀라 되물었다.
“그럼 내게 진정한 심복을 내려준 게 아니라 단지 나를 시집보내려고 이런 것이란 말입니까?”
송유빈은 나를 흘끗 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심복을 내려주신 것도 진심이고 부마를 간택하시려는 것도 진심이시지요. 부마가 심복이 되지 말란 법이 있습니까? 마마께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될 텐데요. 전하께서는 마마를 진심으로 아끼시어 이렇게 훌륭한 젊은이 셋을 특별히 골라 보내셨습니다. 한 명은 크게 쓰시고 두 명은 작게 쓰시어 함께 공주궁을 반듯하게 꾸려나가게 하시려는 것이지요. 그리되면 저 같은 늙은이는 옆에서 눈엣가시처럼 거슬리지 않을 테니까요.”
나는 그의 은근한 푸념과 시샘에 가득 찬 말에 웃음이 나왔다.
“크고 작게 쓰시다니 무슨 엉뚱한 소립니까? 대감도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무슨 늙은이라는 거예요?”
송유빈은 눈을 내리깔고 한숨을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