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나는 풀이 죽어 말했다.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주의할게요.”
아바마마는 웃음을 참으며 말씀하셨다.
“그게 무슨 잘못이냐? 즐길 건 즐기고, 써야 할 건 써야지! 과인도 할 일이 많으니 오늘은 돌아가거라. 며칠 후에 오면 좋은 것을 하사해 주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채령이 한껏 흥분한 얼굴로 달려왔다.
“마마, 큰일 났습니다!”
나는 웃으며 물었다.
“큰일이 났는데 왜 이렇게 좋아 보이느냐? 무슨 일이냐?”
채령은 히죽거리며 대답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오늘 그 권 대감 댁 둘째 부인과 민연아가 찻집에서 맞닥뜨렸답니다. 그 싸움이 어찌나 볼만했는지!”
그녀는 방금 벌어진 일을 실감 나게 이야기해 주었다.
민연아는 요즘 떠도는 소문을 듣고 자신이 품어 온 남자가 다른 여자와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 불안해졌다. 늘 높은 자세로 권경현을 애태우던 그녀가 드물게 먼저 그를 불러냈다.
권경현은 그녀의 부름에 한껏 들떠서 정성껏 차려입고 나갔으나 찻집에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디선가 정보를 입수한 유수연이 천둥같이 들이닥쳤다.
그녀는 무척이나 능숙한 싸움 실력을 발휘하며 다짜고짜 민연아의 뺨을 후려쳤다. 이어서 머리채를 휘어잡고 벽에 내리찍으며 한 움큼이나 되는 머리카락을 뜯어냈다.
권경현은 민연아의 비명이 울려 퍼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리려 했지만 유수연은 미리 대비를 해 두었으니 어찌 허술하게 나왔겠는가?
함께 온 하인들이 순식간에 권경현을 붙잡아 끌어내어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권 대감이 이미 명을 내렸으니 앞으로 유수연은 저택을 책임질 것이다. 그녀가 명분을 내세워 한마디 하면 하인들은 명령대로 둘째 도령을 두들겨 패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권경현은 이번 만남이 조용히 이루어지길 바랐으므로 데려온 사람도 적었고 민연아 역시 세자의 질투심을 자극할까 염려되어 호위병을 대동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찻집의 별실은 유수연이 자신의 무예 실력을 발휘하기에 더없이 좋은 무대가 되었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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