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궁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하륜에게 한 사람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는 곧장 다녀와 내가 일러 둔 대로 하나하나 보고를 올렸다.
“아뢰옵니다, 공주 마마. 그 집안에 과연 그러한 아씨가 있사옵니다. 아직 혼인은 올리지 않았으나 이미 혼약은 맺어진 상태라 하옵니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혼약이야 깨면 되는 것. 당장 파혼하게 하거라.”
“그 여인의 부모에게 사람을 보내라. 한 가문의 귀한 공자가 그들의 딸을 마음에 두고 정실로 맞이하고자 한다고. 만약 지금의 혼약을 깨지 않는다면 이처럼 하늘이 내린 인연을 놓치는 셈이 될 것이라 일러라.”
하륜은 영문을 몰라 하는 듯했으나 군말 없이 지시대로 움직였다.
나는 이어 진시연을 불러 권경현의 혼사에 어울릴 만한 배필을 찾아 두었다고 알렸다.
“유 상인의 집안에 대단히 고운 아씨 한 명 있습니다. 그야말로 천연한 미색에다 성미 또한 강단 있고 능숙하여 권 도령을 충분히 다스릴 수 있을 것이에요.”
“다만, 이 혼사는 내가 직접 나서서 중매를 서기가 마땅치 않아요. 그 권경현이라는 자가 분명 내 의도를 의심할 터이니. 그러니 그대가 나서서 권 대감을 설득하세요. 이 일은 그대와 그대 남편 모두에게 유익할 것이에요.”
진시연이 어찌 내 의중을 모를까. 내가 이토록 강조하는 것은, 곧 ‘흑심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맞장구쳤다.
“마침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대감께서 지난번 마마의 말씀을 뼈에 새기셨는지 하루가 멀다 하고 적당한 배필을 들이라 독촉하시더군요. 하지만 지금 도련님의 평판이 말이 아니라 가세가 기운 집안이라 할지라도 감히 혼약을 맺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살짝 걱정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그런데 마마, 그 아씨 집안이 굳이 딸을 팔아 연명할 처지가 아닐 텐데, 과연 혼인을 받아들일까요?”
나는 냉소를 지으며 답했다.
“염려 마세요. 권 대감 댁의 명함만 내밀어도 그 집안은 기쁨에 겨워 땅을 굴러다닐 것이에요.”
유 상인의 집안이야 재력이 풍족한 것은 사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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