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공주마마께서 도량이 넓으시니 망정이지, 제 못난 자식이 남의 상단에서 돈을 빼돌렸다는 소문이라도 퍼진다면 우리 권씨 가문은 대대손손 고개를 들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가볍게 웃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십시오. 용이 아홉 자식을 낳아도 그중에는 어진 자도, 어리석은 자도 있기 마련이지요. 누가 자손 대대로 모두 바르게 자랄 것이라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가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리는 법이지요.”
“더군다나 대감, 자손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 자가 그래도 대감의 혈육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만약 공자를 너무 심하게 다룬다면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지요. 제가 조금 손해를 본다 한들 대수롭지 않지만 대감의 대가 끊기는 일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말은 권 대감의 마음을 정확히 찔렀다. 그의 얼굴에 스치는 감정은 감동과 더불어 깊은 자책이었다. 권 대감은 눈물을 머금고 나에게 예를 올리려 했으나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아 결국 반례만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진시연이 작은 함을 공손히 내밀었고 권 대감은 그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은 마마께 드리는 보상입니다. 저 놈이 빼돌린 이십만 냥의 두 배를 마련했습니다!”
“앞으로 소신은 공주 마마의 뜻을 받들 것이며, 동쪽으로 가라 하시면 절대 서쪽을 바라보지 않겠습니다. 또한, 누군가 감히 마마를 헐뜯는 말을 한다면 제 손에 들린 장검이 먼저 그들의 목을 겨눌 것입니다!”
나는 권 대감이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럴 때 사양하면 오히려 그의 자책을 깊게 만들 뿐이었다. 이미 연로한 데다 최근 연이은 충격을 받아 몸과 마음이 쇠약해지고 있을 터. 만일 이 일을 계기로 병을 얻어 쓰러진다면 나의 계획 또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었다.
나는 송유빈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가 내 의미를 알아차리고 미소를 머금으며 함을 받아들었다.
“권 대감께서 이토록 정중히 사죄하시니 마마께서도 너그럽게 받아들이실 것입니다. 다만...”
그는 시선을 돌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권경현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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