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권경현이 몰래 그들을 찾아가 이로운 조건을 제시하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한 것이었다. 그는 말로 천하를 홀릴 듯이 달콤하게 속삭였다.
“그저 몇 사람을 점포에 들이는 데 도움만 주면 되네. 다른 것은 전혀 손댈 필요 없어. 때가 되면 은화 삼할을 나누어주지.”
“염려 마시게. 일이 터지면 내가 막아주지. 그저 모르는 척하기만 하면 되네. 아무리 따져도 자네들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테니까.”
“내가 못 막는다고? 우스운 소리. 공주는 언제나 거친 말투 속에 정을 담아두고 계시지. 그 연을 쉽게 끊지 못할 거야. 아니었다면 어찌하여 저리도 민 낭자를 미워하며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나? 질투 때문이지.”
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송유빈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의 미소는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았으나 주변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한순간에 기온이 뚝 떨어진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수하에게 말했다.
“이 자들은 공주마마의 은혜를 저버린 배은망덕한 무리들이니, 결코 용서할 수 없다. 내 명함을 가져가 조 대감에게 전하거라. 철저히 심문하고 가차 없이 다스리도록 하라.”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진 몇몇 문객들이 다급히 소리쳤다.
“영의정 나리. 어찌 말을 바꾸십니까! 방금 전에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잖습니까!”
송유빈이 웃었다.
“너희 같은 자들에게 신의를 지키다간 내가 어찌 영의정이 될 수 있겠느냐?”
문객들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으나 송 대감 댁의 하인들에게 거칠게 끌려갔다. 거리에는 이를 지켜보는 이들이 모여들어 웅성거리며 혀를 찼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감정을 드러냈고 이를 본 송유빈이 부드럽게 목소리를 낮추고 예를 갖추며 사과했다.
“마마, 송구합니다. 이들이 이토록 은혜를 저버리는 모습을 보니 순간 참을 수가 없어 그만 마마의 명을 거르며 나서고 말았습니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차분히 답했다.
“괜찮습니다. 다시는 이러지 않으면 그만이지요.”
송유빈은 공손히 감사를 표했다.
“마마께서는 권 도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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