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화
송유빈은 내 표정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공주마마께서는 이미 폐하와의 인연을 끊을 각오를 하신 것입니까?”
나는 고개를 조용히 저었다.
“준비는 되었지만 가능하다면 충돌은 피하고 싶습니다. 제 뜻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아바마마의 마음을 돌려 세자를 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송유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
“폐하의 사랑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오나 폐하께서 아무리 세자를 탐탁지 않아 하신다 해도 어디까지나 적장자입니다. 그 무게는 다르지요. 폐하께서는 서자의 신분으로 보위에 오르셨기에 정통성과 원배의 혈통을 더욱 중히 여기시는 듯합니다. 세자가 아무리 무능하다 해도 자리를 잃지 않고 지킬 수 있었던 이유, 다른 왕자들이 아무리 탁월하다 한들 그다지 총애받지 못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나는 조용히 미소를 머금으며 답하였다.
“그렇다 해도 세자는 결국 그저 아들일 뿐입니다.”
송유빈의 눈빛이 흔들리며 조용히 되물었다.
“공주마마, 그 말은 무슨 뜻입니까?”
나는 무릎 위에 놓인 갑옷 자락을 매만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리 아들이 귀하다 하여도 그 아들이 내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건 용납하시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아바마마와 이익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 또한 다른 의미를 가지겠지요.”
내 뜻대로 저열한 무리들을 제거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물며 왜 스스로 아바마마를 적으로 돌리려 하겠는가?
허나 만일 아바마마께서 끝내 고집을 굽히지 않으신다면 나 또한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송유빈은 한순간 놀란 듯 눈을 가늘게 뜨더니 곧 미소 지으며 낮게 중얼거렸다.
“어찌 된 일인지 지금의 공주마마는 더욱 매혹적으로 보이는군요.”
나는 순간 멈칫하였으나 이내 웃음을 머금었다.
“그럼 전엔 매혹적이지 않았다는 말씀인가요?”
평소 같았다면 그는 웃으며 농을 넘겼겠으나 오늘의 송유빈은 달랐다.
미소가 사라지고 눈빛은 깊고 진지했다.
“단 한 번도 그런 적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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