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겉으로 보기엔 내가 단지 울고 있는 듯 보였으나 실은 아바마마의 마음속에 작은 가시 하나를 심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번 말의 핵심은 단 하나, ‘어마마마는 세자가 유일한 의지라 믿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바마마께서 살아 계심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어마마마는 아바마마를 분노케 할 줄 알면서도 세자를 위해 이익을 취하려 여러 차례 행동하였다.
그것이 아바마마의 마음에 어떤 균열을 일으킬지, 혹은 가문에 어떤 혼란이 닥칠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과연 아바마마의 안색이 순간 변했고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러나 곧 평정을 되찾으신 듯 내 어깨를 조용히 두드리며 한숨을 내쉬셨다.
“생각해 보니, 너도 이젠 어린 나이가 아니구나. 혼약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마음에 두고 있는 신랑감이 있다면 미리 정해두는 것이 어떠냐. 그래야 네 어미도 더는 간섭하지 못할 테지.”
나는 고개를 흔들며 눈물 섞인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아바마마, 저는 마음에 둔 이도 없고 아직 혼인하고 싶지 않사옵니다. 그냥 평생 아바마마의 귀한 딸로 곁에 있고 싶사옵니다.”
아바마마는 웃음을 터뜨리시며 내 이마를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리셨다.
“어린애 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네가 혼인해도 아바마마에겐 언제나 귀여운 딸이다.”
하지만 나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건 다르옵니다. 여인이 시집을 가면 남편을 먼저 섬기라 배웠습니다. 혼인 전에 누리던 자유도 사라지고 친정에도 자주 들를 수 없게 되지요. 남편이 왕실의 체면을 생각해 방해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세간에서는 분명히 말할 것입니다. '공주가 제 멋대로다', '임금이 딸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라고요.”
아바마마는 짐짓 노여운 듯한 말투였으나 웃음을 감추지 못하셨다.
“네 말도 그럴싸하구나. 참 효심 깊은 딸이로다. 허나, 네가 혼인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또 달리 말하겠지. 임금이 유일한 딸에게 관심 두지 않았다고 말이야.”
내가 이대로 넘어가겠구나 생각하던 그때, 아바마마께서 돌연 예상 밖의 말씀을 꺼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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