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제가 지면 나 회장님 뜻대로 하시지요.”
민연아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웃었다.
그 모습을 본 나세령은 흡족하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좋습니다. 본인 입으로 하신 말씀이니, 반드시 지키셔야겠지요. 이 자리에서 시회를 탈퇴하고 앞으로 우리와는 그 어떤 인연도 맺지 않는 것, 그것이 조건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이 시회에 들이지 말았어야 했어요. 수상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토록 제정신이 아닌 줄은 몰랐군요.”
나세령의 노골적인 말에 민연아의 얼굴에 순간 분노가 번졌다.
“저를 그렇게까지 깔보시면서 왜 시회에 초대하신 겁니까? 일부러 모욕을 주시려던 것이었습니까? 그렇다면 사과 한마디로는 부족하겠군요. 제가 이긴다면 회장님께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 앞에서 제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십시오.”
그 순간, 주변이 술렁이며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사태는 생각보다 훨씬 거세게 번지고 있었으나 나는 웃음을 참느라 어깨가 들썩였다. 오늘만큼은 실로 흥미진진한 하루가 될 듯하였다.
민연아의 말이 끝나자 권경현은 당황을 넘어 거의 혼절 직전이었다. 예의도 체면도 모두 잊은 그는 허둥지둥 나세령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조아렸다.
“나 회장님, 제발 진정하십시오. 연아가 순간 격한 감정에 휘말린 것뿐입니다. 일부러 분란을 일으키려던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하죠. 오늘은 그저 재미 삼아 시를 함께 쓰고 차를 나누며 화해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나 나세령은 그의 말 따위 귀에 들리지 않는 듯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고 눈을 부릅뜨고 고함쳤다.
“우리 시회의 일에 감히 끼어들지 마시고 물러나 계시지요.”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다시 민연아를 노려보았다.
“그 제안 받아들이죠. 하지만 마찬가지로 제가 이긴다면 이 자리에서 제 앞에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야 할 겁니다.”
민연아는 고개를 꼿꼿이 들며 힘 있게 말했다.
“좋습니다.”
권경현의 안색은 창백하게 질려갔으나 민연아의 고집을 꺾을 재간이 없었고 결국 그는 나세령 측 하인들에게 붙잡히듯 끌려 나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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