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민연아는 초대장을 받자마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릴 지경이었다.
예전엔 자신을 업신여기던 무리들이 이제는 먼저 손을 내밀다니, 어찌 통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만 앞으로도 쓸모가 있을 듯해 겨우 참았을 뿐, 그렇지 않았다면 그동안 쌓아둔 울분을 모조리 쏟아냈을 것이다. 온갖 조롱과 모욕을 던지면서 말이다.
하지만 어딘가 수상하다고 느낀 권경현은 민연아를 말리며 몰래 사람을 보내 내막을 파악하려 했다.
문제는 그의 인맥이 상류층 여성들의 교류까지 닿지 못해 아무리 수소문해도 돌아오는 건 미리 짜인 듯한 답변뿐이라는 것이다.
그저 민연아의 문장 실력을 높이 평가하고 그녀를 통해 시회의 명성을 드높이려 한다는 식의 이야기뿐이었다.
권경현이 망설이는 사이에 부녀시회 회장 나세령은 점점 언짢아졌다.
이부 상서의 총애를 받는 외동딸 나세령은 늘 제 말만 앞세우는 자존심 높은 여인이었다.
그녀가 인정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진시연이었다.
이 사실은 두 사람만의 비밀이었고 다른 이들은 알지 못했다. 나 역시도 우연히 진시연이 술김에 흘린 말에서 알게 되었을 뿐이다.
그 오만한 나세령이 굳이 소문이 좋지 않은 민연아를 초대한 것은 누나를 생각하는 진시연의 마음을 저버릴 수 없어서였다.
아무리 글을 잘 쓴다 한들 문장에 능한 이는 얼마든지 있었기에 굳이 저런 여자를 붙잡을 이유가 없었다.
동궁에서 답을 미루자 나세령은 점점 초조해졌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세자의 비호를 받는다 한들 달라질 것은 없었다. 민연아는 아무리 보아도 정실로 들일 여자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첩이지, 언젠가 세자빈이 정해지면 그 자리에서 밀려나는 건 시간문제였다.
결국 나세령은 참지 못하고 동궁에 사람을 보내 말을 전했다.
“이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아직도 결정 못 한 겁니까? 오기 싫으면 싫다고 하세요. 저도 더는 입 아프게 말 안 할 테니까.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으니까 기회 줄 때 잡는 게 좋을 겁니다.”
그 오만한 말투는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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