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뒤에 세자를 엎고 있으면서 영락 자수방이 무고한 백성을 괴롭힌다고 하니, 이런 양심 없는 자가 파는 물건이 좋을 리가 있겠느냐? 다들 절대 속지 말거라. 환영수는 영락 자수방에만 있고 다른 곳에서 파는 건 죄다 모조품이니라.”
그 말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민연아를 질책하며 거래를 무르는 자들도 생겨났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민연아는 해명하고 싶었지만 진퇴양난이었다.
권경현은 그럴듯한 세 치 혀를 갖고 있었지만 하륜에게 매를 맞아 입을 제대로 벌리지도 못해 아우성만 지를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 틈에 언성을 높여 불난 집에 부채질을 더했다.
“세자가 호위들에 죄를 묻는다는 걸 알면서도 대놓고 겁도 없이 이 공주를 도발한 건 무슨 뜻일까? 이들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그들을 이용해 공주인 내게 누명을 씌우려는 거다. 그런 사악한 마음을 가진 여인이 어찌 처녀 보살이라 불린단 말이냐. 악귀면 모를까.”
이제 군중은 소란스러움을 넘어 분노에 휩싸였다.
호위들조차 내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몇몇은 눈시울을 붉히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가자 민연아는 권경현을 끌고 도망쳤다.
나가는 길에 그녀는 악의에 찬 눈빛으로 나를 보았는데 그 눈빛에는 증오심 외에도 조롱이 담겨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의도를 알아내고 앞으로의 일이 더욱 기대되었다.
민연아는 내게 연이어 좌절과 굴욕을 당하고 어떻게든 앙갚음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녀는 앞뒤 가리지 않고 우연 자수방의 침선비에게 일을 늘리고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첫 번째 물량을 내놓았다.
수놓은 비단을 받은 사람들은 마침내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새겨진 도안이 멀리서 보면 다른 사람들이 구입한 영락 환영수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았다.
세세한 부분은 다르고 전체적으로 진품보다 못했지만 나름 괜찮은 비단이었다.
무엇보다 가격도 절반, 기간도 절반이니 물건을 받기 위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빈부를 막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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