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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사실 나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다만 민간에 떠도는 헛소문을 이용한 것뿐이다. 모든 사람이 날 악당이라고 생각할 때 제일 좋은 방법은 그것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 명성을 잘 활용하여 애써 자신을 증명하려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늙은 침선비는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공주마마, 살려주시옵소서. 공주마마!” 늙은 여인도 깜짝 놀라 땅에 풀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공주마마, 부디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민 낭자가 강제로...” 알고 보니, 민연아는 내 환영수에 눈독 들이며 이 기술로 큰돈을 벌어 선행당의 위기를 해결하려 했던 것이다. 최근 내가 너무 잘 나가면서 민연아의 눈에 거슬렸는지 자신이 겪은 좌절과 수모에 대한 분노를 모두 나에게 돌렸다. 그들이 돈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때 나는 새로 지은 으리으리한 공주궁을 소유하고 거느린 상단은 날마다 큰돈을 벌고 있으니 유유자적하게 지낸다고 생각하겠지. 그래서 사람을 보내 내 침선비를 매수하고 돈 버는 기술을 훔쳐 가려던 거다. 그것도 모자라 자수방과 영락 상단까지 망쳐버리고 내 머리 위로 기어올라 화를 돋우려 했다. 모든 상황을 파악한 후 나는 차갑게 웃었다. 최근 바쁜 일정을 쫓다 보니 한낱 비천한 것들을 처리할 생각을 못 했는데 오히려 제 발로 찾아올 줄이야. 그렇다면 굳이 망설일 게 있나. 그 둘을 처리한 후 나는 하륜을 불렀다. 그는 이제 희동과 함께 저택 바깥일을 맡게 되었는데 워낙 똑똑하고 영민한 데다 바깥 풍파를 겪어 무슨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었다. “공주마마,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하륜이 몸을 굽히자 내가 물었다. “전에 무예를 익힌 자들을 매수했는데 그들을 지금 불러올 수 있느냐?” 하륜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특출난 인재들은 아니지만 일을 그르칠 정도는 아니니 염려 마시고 명만 내려주십시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구나. 민연아가 근래 언제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아보고 하나부터 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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