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처녀보살’이라는 소리를 듣고 나는 차를 마시다 뿜을 점도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참으로 뻔뻔스럽구나.’
채령이 보고를 이어갔다.
“수소문하러 간 이들이 그러는데, 민연아를 ‘처녀보살’이라고 부르며 아첨 몇 마디만 보태면 더 많은 것을 받는다 하옵니다. 요즘 줄 선 무리들은 앞다투어 듣기 좋은 말로 민연아를 추켜세운다 하옵니다. 그 말이 귀에 닿기만 하면, 동전이든 쌀이든 더 얹어 준다고 하더이다.”
나는 선행당의 시혜 방식을 들은 뒤 조용히 머릿속으로 계산을 돌렸다.
요즘 장부를 자주 들여다봐서인지 손익 계산에 능숙해졌고, 곧 대략적인 숫자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마마마께서 어찌하여 그리 일찍부터 국고를 탐하셨는지, 왜 내게까지 은전을 요구하셨는지... 이제야 알겠구나. 저런 방식으로 선행당을 꾸린다면, 아무리 왕실의 금은보화를 들이부어도 바닥이 날 수밖에 없지.’
보통의 자선소라면 수혜자 등록, 신분 확인, 수령 내역 기록은 물론이고 허위 여부를 가리는 절차가 있으며, 때때로 실태 점검도 진행하는 법이지만, 민연아의 선행당은 그런 절차 없이, 그저 듣기 좋은 말 몇 마디에 쌀이며 돈을 내어주는 식이었다.
이런 식이면 명분은 선행일지 모르나, 실상은 돈을 뿌려 명성을 사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채령의 말에 따르면 줄 선 이들 중에는 행색이 수상한 자들도 적지 않았고, 새치기나 몸싸움도 심심찮게 일어난다고 했다. 일부 건달들이 작정하고 떼를 지어 물자를 독점한다면, 정작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백성들은 겁을 먹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세자 이휘는 원래 씀씀이가 헤펐던 터라, 손에 넉넉한 현금이 있을 리 없는데, 어마마마의 도움이 없이 어떻게 그 많은 자금을 마련했을까?’
나는 그제야 동궁에도 내 사람을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헌 오라버니 하나 믿고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송유빈을 끌어들일 만큼 큰일은 아니니, 굳이 그에게 부탁할 쓸 필요도 없다.
‘왕좌를 쟁탈하려면 단순히 돈만으로는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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