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소녀는 당장 드릴 돈이 없사옵니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상’은 부디 다른 이에게 내리시옵소서. 아니면 제가 지금이라도 아바마마께 여쭈어볼까요? 과연 아바마마께서 은자를 내어주실지 말입니다.”
“안 된다! 전하께는 입도 뻥긋하지 말거라!”
어마마마께선 다급히 소리치셨다.
나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을 박차고 나왔고, 내금위 무사들과 궁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편전으로 곧장 향했다.
편전에 도착한 나는 무릎을 꿇고는 방금 전의 일을 아바마마께 과장되게 아뢰며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소녀는 은자 삼백만 냥을 마련할 방도가 없사옵니다. 어마마마께선 주지 않으면 사람을 보내어 소녀를 혼내시겠다 하셨사오니, 부디 소녀를 구해주시옵소서! 아바마마!”
아바마마께선 매우 놀라시며 노기를 띠셨다.
“은자 삼백만 냥?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세자가 무슨 큰일을 저질렀기에 내게 알리긴커녕, 누이인 공주에게 거액을 요구하느냐!”
나는 겉으론 말리는 척하면서도 속으론 불을 지폈다.
결국 아바마마께선 진노한 얼굴로 수레를 타고 직접 통명궁으로 향하셨다.
이후의 일은 내가 직접 목격하지는 않았으나, 궁에 퍼진 소문을 통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평소 화목하던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는 이 일로 처음으로 많은 이들 앞에서 심하게 다투기까지 했다.
동궁 또한 화를 피하지 못했다.
아바마마께선 세자의 최근 지출 내역을 철저히 조사하라 명하셨고,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낱낱이 파헤치라 하셨다.
채령은 들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했고, 영실과 궁인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영실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중전마마께서 어찌 그러셨답니까. 세자 전하께선 재산이 사방에 널려 있으시고, 공주마마께선 고작 식읍뿐이시온데, 어찌 공주마마께 돈을 달라고 하시나이까.”
채령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게요. 이 일로 후궁들 사이에선 수군거림이 끊이질 않사옵니다. 중전마마께서 총명하시다던 말에 이제는 다들 갸우뚱하고 있사옵니다.”
나는 말없이 웃었다.
‘총명하다고? 그것도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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