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왜, 왜 안 되는데?”
안수지는 말을 가려서 할 생각도 하지 않고 소리쳤다.
“내가 널 좋아하고 너도 날 좋아하는데 왜 우리가 함께할 수 없어? 현준아, 남들이 뭐라 하든 두려워할 필요 없어!”
“수지.”
고현준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한없이 평온한 목소리로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
“내가 했던 모든 일은 너의 손 부상에 관련된 거야.”
너를 좋아해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 말 한마디에 안수지는 마치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모든 걸 깨달았다. 그동안 의아했던 일들이 하나의 실마리를 따라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매번 손 부상을 핑계로 대면서 그를 자신에게로 오게 했다. 하지만 그가 단 한 번도 자신이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주는 걸 느낀 적이 없었다.
그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그녀의 왼손뿐인 듯했다.
그녀의 왼손을 다치게 한 사람이 바로 안희연이었다!
안수지는 충격을 받고 휘청이며 뒷걸음치다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고현준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남자는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고 손을 내밀어 일으켜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왜? 왜?”
안수지는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설마 안희연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너희는 이제 곧 이혼하잖아!”
고현준은 더는 그녀에게 설명할 의사가 없었다. 한마디조차도 더 하고 싶지 않았다.
‘이혼? 웃기는 소리!’
“고현준, 너 안희연을 좋아해?”
안수지는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그 순간, 그녀를 보는 고현준의 눈빛이 미세하게 변했다.
그는 안수지가 이걸 알아챌 줄은 예상치 못했다.
안수지는 충격에 몇 초 동안 말을 잃었다. 그리고는 믿기지 않는 듯 더듬거리며 중얼거렸다.
“너, 너 진짜로 안희연을 좋아한다고? 말도 안 돼... 너 원래 안희연 싫어했잖아!
걔는 너무 예민하고 버릇없고 까다롭고... 그런데 어떻게 네가?”
예민하다고? 고현준도 안희연이 조금 예민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안희연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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