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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할머니, 이 비취 팔찌, 눈에 익으세요?” 안희연은 휴대폰으로 경성 경매장의 비취 팔찌 경매 정보를 보여주었다. 김해경은 안희연의 어머니 남유리의 시어머니로 수년간 그녀의 혼수와 재산을 탐냈기 때문에 당연히 그 팔찌를 알아봤다. “혹시 집에 도둑이 들었나?” 민채린이 먼저 말했다. 가정부들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자기가 아니라고 떠들어댔다. 안희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보관실 열쇠는 두 개뿐인데, 하나는 할머니께서, 다른 하나는 아줌마가 갖고 계시잖아요. 그러니 가정부들은 훔칠 수가 없잖아요.” 그 말인즉 민채린이 훔치지 않았다면 할머니가 훔쳤다는 뜻이었다. 김해경은 곧바로 며느리를 쏘아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독을 품은 듯 매서웠다. 민채린의 안색이 변했다. 변명하려는 순간, 김해경이 가정부에게 분부했다. “서재에 가서 아범을 불러와!” 안영해는 야근 중이었는데 갑자기 불려 나왔다. 하지만 아들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고 기뻐할 틈도 없이 도둑질 이야기를 듣고는 불같이 화를 냈다. 짝! 갑작스러운 따귀가 안희연의 뺨을 때렸다. 안영해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 “희연아, 너 정신병원에 더 있어야겠어? 돌아오자마자 집안을 풍비박산 내려고 작정했냐?!” 안희연의 뺨은 화끈거렸지만 비꼬듯 물었다. “왜요? 또 날 거기에 집어넣고 싶으세요?” 안영해는 동문서답하며 꾸짖었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도 몰라?” 안희연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안영해에게 그녀라는 딸은 가장 중요하지 않은 존재였다. 그녀가 '가화만사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면 그것이 죄였다. “희연아, 세상에 있는 임페리얼 그린 비취는 다 비슷하게 생겼잖아. 너 착각한 걸 거야.” 안수지는 안희연의 손을 잡고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유리 이모의 유품은 많으니까 아마 어디 잘못 뒀겠지. 내일 내가 다시 찾아볼게. 분명 찾을 수 있을 거야! 괜히 엉뚱한 사람 잡지 말고.” 안희연은 역겨움을 느끼며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김해경에게 말했다. “할머니, 이 비취 팔찌 백금 잠금장치에는 산스크리트어가 새겨져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장난으로 새긴 거라서, 똑같은 게 있을 리 없어요.” 사실 김해경은 안희연을 위해 유품을 지켜주려는 게 아니라 좋은 물건들을 모두 손자 안준택에게 물려주려고 했다. 그런데 민채린과 안수지의 짓은 그녀와 손자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했기에 격노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럴 때는 안영해보다 김해경을 찾는 게 효과적이었다. 노련한 김해경은 안희연의 의도를 단번에 파악하고 즉시 가정부에게 보관실 물품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떠오른 민채린과 안수지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 두 시간 후, 점검이 끝났다. 비취 팔찌 외에 다른 물건들은 없어지지 않았지만 안희연은 몇몇 물건이 가짜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중에는 시가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금전 뱅어 부레 포도 있었다. 짝! 또다시 따귀가 세차게 날아들었지만 이번에는 민채린의 뺨에 떨어졌다. 따귀를 때린 건 다름 아닌 김해경이었다. 그녀는 민채린의 코앞에서 손가락질하며 추궁했다. “채린아! 넌 집안 살림을 이렇게 맡았어? 이 천하의 몹쓸 계집! 말해! 진짜 물건들은 어디 갔어? 돈은 어디 있냐고!” 민채린은 평생 처음으로 따귀를 맞았다. 그것도 자식들 앞에서. 순간 그녀는 눈물을 쏟으며 안영해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여보...” 안영해는 죽마고우이자 아내인 민채린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위로하려던 찰나, 안희연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아빠, 제가 집안을 시끄럽게 만든 건가요? 저는 그저 집안 재산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지는 게 싫었을 뿐이에요.” “영해야, 네 마누라가 하는 짓거리 좀 보거라!” 김해경은 분통을 터뜨렸다. 안영해는 난처한 표정으로 민채린을 위로하려던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이 모든 소란은 초인종 소리에 의해 중단되었다. 가정부가 급히 달려와 말했다. “대표님, 작은 사위께서 오셨습니다!” 고현준? 안희연은 놀란 눈으로 현관을 바라보았다. 그가 갑자기 왜 여기에? 잘생긴 얼굴과 훤칠한 키에 분위기까지 갖춘 남자는 정장 차림으로 마치 런웨이를 걷는 모델처럼 멋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바로 온 듯했다. “고 서방, 어쩐 일이야?” 안영해가 제일 먼저 반응하며 사위에게 아첨하듯 웃으며 다가갔다. 고현준은 대답 없이 안희연을 훑어보았다. 곧 그는 그녀의 뺨에 남은 손자국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안희연은 퉁명스럽게 고개를 돌려 남자에게 부어오른 왼쪽 뺨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현, 현준 오빠, 왜, 왜 왔, 왔어?” 안수지는 숨이 넘어갈 듯 울면서도 억지로 강한 척했다. 마치 엄청난 억울함을 당한 것처럼 말이다. “꽤 시끄럽네요?” 고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안영해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집안에 조금 문제가 생겨서 자네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군!” 안수지는 안희연을 흘끗 보고는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마치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듯 말이다. 그러면서도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유리 이모 유품 때문에 문제가 생겨서 희연이가 따지러 온 거야. 유리 이모가 남긴 금전 뱅어 부레 포를 내가 몰래 가져간 건 내 잘못이지만 그건 주예진 씨가 2년 전에 출산 중 위독해져서 사람 목숨 살리려고 가져간 거야! 그때 희연이는 유학 중이었고 공부에 방해될까 봐, 또 시차 때문에... 그래서...” 민채린도 김해경에게 울며 말했다. “어머니, 그리고 희연이가 가짜라고 하는 그 보석들은 다 선물로 썼어요! 아시잖아요, 선물 비용이 많이 드는 거. 밖에서 사는 건 비싸고 질도 안 좋고, 그렇다고 영해 씨한테 돈 달라고 하기도 그래서 집에 있는 걸 썼어요. 희연이도 가족이니까... 그래서... 저는 십수 년 동안 이 집안을 위해 헌신했는데, 사심은 조금도 없어요!” 물건들을 정말 선물했는지 아니면 현금으로 바꿨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김해경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고현준이 무심하게 말했다. “그래요? 별일 아닌 것 같네요.” 안희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현준을 쳐다봤다. 그의 말에 그녀의 눈빛과 마음은 점점 차가워졌다. “그래! 별일 아니지!” 안영해는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 “다 집안을 위한 일인데, 뭘 그렇게 따지나. 이 일은 이쯤에서 덮자. 아무도 다시는 꺼내지 않는 걸로!” 그리고 김해경에게 눈짓하며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고 했다. 고현준의 심기를 건드려 회사 일에 지장이 생기면 그게 진짜 손해였다. 안희연은 안수지를 흘끗 보았다. 마침 안수지도 그녀를 보고 있었는데, 눈에 서려 있던 억울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승자의 여유로운 미소만 남아 있었다. 마치 ‘봤지? 네가 이렇게 난리 쳐봤자 결과는 똑같아'라고 말하는 듯했다. “허허!” 안희연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그러고 보니 고현준은 안수지가 부른 구원병이었다. “뭘 웃어?” 고현준은 옆에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안희연은 그를 바라보았다.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차가웠고 뺨에 남은 손자국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당신이 때맞춰 나타나서 웃겨서. 남편인 당신이 오니까 우리 엄마 유품 문제가 이렇게 쉽게 덮여버리네.” 그리고 안수지의 거짓말에 자신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게 우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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