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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현준 형?” “너희들끼리 놀아. 계산은 내 이름으로 하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현준은 이미 한 손으로 안희연을 안고 룸에서 나갔다. 남자는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려 탄탄하고 강인한 근육을 드러냈고 그 팔은 여자의 가녀린 몸에 밀착되어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주었다. “왠지 현준 형이 안희연을 많이 봐주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형 왜 저래? 안희연이 조금 꼬셨다고 저렇게까지...?” “설마, 우리 방에도 화장실 있는데, 진짜 하고 싶었으면 왜 밖으로 나가?” ... 맥라렌의 문이 열렸다. 안희연은 거의 던져지듯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이어 남자가 따라 들어와 차 시트를 뒤로 젖히고 문을 쾅 닫았다. 안희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을 뒤덮는 듯한 키스가 쏟아졌다. 입술, 목, 쇄골... 술을 마셔서 뜨겁게 달아오른 남자의 열기에 안희연은 몸을 흠칫 떨었다. 남자의 뜨거운 손이 그녀의 새 원피스를 거칠게 찢었다. “현준 씨!” 고현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안희연의 눈과 마주쳤다. 가늘게 떨리는 속눈썹은 마치 한 번만 더 눈을 깜빡이면 눈물이 흘러내릴 것처럼 애처로워 보였다.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등 뒤 시트를 짚었다. “싫어?” 고현준은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몽실아. 조금 전에 네가 날 유혹한 거 아니었나?” '유혹'이라는 단어에 안희연은 수치심을 느꼈다. 조금 전 룸에서의 행동을 떠올리자 그녀는 더욱 부끄러워졌다. “아니... 싫은 건 아니야.” 그녀는 얕게 숨을 들이쉬며 억울함을 꾹꾹 눌러 참고는 다른 말을 꺼냈다. “내 원피스 망가뜨렸잖아.” 그녀는 강조하며 덧붙였다. “새 건데!” “내가 너한테 원피스 사준 게 적어?” 고현준은 어이없다는 듯 비웃었다. 리버 별장에는 그녀의 원피스만을 위한 드레스룸이 두 개나 있었다. “흥.” 안희연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남자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차 안은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안희연은 의아한 듯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몸을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눈에서 욕망과 조급함은 이미 많이 사라져 있었다. 고현준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아이 달래듯 말했다. “희연아, 설마 오늘 밤 내가 너를 가지면 준택이를 구해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현준 씨...” 안희연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사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고현준은 악랄하긴 해도 비열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오늘 밤 두 사람이 관계를 가지면 거래는 성립되는 것이었다. 안희연은 입을 벌렸지만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꼬마야, 꿍꿍이가 있으면 확실하게 해야지. 어정쩡하게 굴면 안 돼.” 고현준은 다시 벨트를 채웠다. 그녀가 위선적이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안희연은 그가 떠나려 하자 그의 손목을 붙잡고 다급하게 말했다. “현준 씨, 준택은 수지의 동생이기도 해. 만약 오늘 수지가 당신에게 부탁했으면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들어줬을 거잖아?” 고현준은 그의 아내가 아직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희연아, 네가 계속 얌전히 고씨 가문 사모님 자리만 지키고 있었으면 준택이는 진작에 집에 돌아갔을 거야.” ... 고현준 쪽이 막히자 안희연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정씨 가문을 찾아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정 대표는 매우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사모님, 저희 정씨 가문은 이미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고 대표님께서 말씀 안 하셨나요?” “고소를 취하했다고요?” 안희연은 당황하며 되물었다. “언제요?” “어제 오후에요.” 그러니까, 어제 오후에 고현준은 이미 양보를 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어젯밤 술집에서는 왜 말을 안 한 거지? 괜히... 괜히 뺨만 맞았잖아. ... 구치소. 소년은 경찰관에게 이끌려 나왔다. 열여덟 살 소년은 키가 컸고 소년과 청년의 느낌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이목구비는 잘생겼지만, 헝클어진 노란 머리카락과 덥수룩한 수염, 어슬렁거리는 걸음걸이에 콧구멍으로 사람을 보는 듯한 태도는 아주 불량스러웠다. 안준택은 저 멀리 안희연의 벤츠 G바겐을 보고 신이 나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열쇠 줘, 나 운전하고 싶어!” “맞을래?” 안희연은 짝하고 그의 손바닥을 때렸다. “무면허 운전하면 최대 15일 구류야. 유치장 밥이 그렇게 맛있어?” 안준택은 머쓱해 하며 아무 말도 못 했다. 안씨 가문에서는 모두가 그를 예뻐하고 오냐오냐했지만, 안희연만은 예외였다. 그녀는 정말 인터넷에 나오는 누나가 동생을 때리는 것처럼 그를 때릴 수도 있었다. “준택아, 넌 이제 열여덟 살이야. 우리나라 형법은 너에게도 똑같이 적용돼. 다음에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전에 결과를 먼저 생각하도록 해. 그리고, 너랑 정 대표 아들이 좋아하는 그 여자애는 이미 약혼했어.” 안준택은 입을 삐죽 내밀고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내가 정 씨 그 자식을 팬 건 그 여자 때문이 아니야.” “오? 그럼 누구 때문인데?” 마침 신호등에 걸려 안준택은 옆자리에 앉은 동생을 쳐다보았다. 안준택은 뭔가 말하려다가 그만두고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누나가 무슨 상관이야!” 안희연은 분해서 이를 갈았다. ‘네가 어떻게 나왔는지 똑바로 알아둬. 내가 널 꺼내줬는데,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말썽꾸러기 녀석, 여전히 사람 열 받게 하네!’ ... 안씨 가문은 정씨 가문이 어제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몰랐다. 안희연과 안준택이 집에 들어섰을 때, 거실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할머니 김해경은 소파에 앉아 애지중지하는 손자가 고생한다며 끊임없이 울먹였고 안수지와 어머니 민채린은 옆에서 그녀를 달랬다. 민채린은 쉰 살이 다 되어가는 나이였지만 관리를 잘해서 마흔도 안 돼 보였다. 그러나 요 며칠 소중한 아들 걱정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해서 유난히 초췌해 보였다. “할머니?” 안준택의 목소리가 온 집안 여자들의 울음소리를 끊었다. 김해경은 깜짝 놀라 눈을 비비며 다시 확인했다. 정말 안준택이었다. 할머니는 며느리와 손녀를 밀치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그에게 달려갔다. “아이고, 내 새끼!” 김해경은 키 크고 건장한 안준택을 끌어안았다. “우리 준택이 고생 많았지. 살이 쏙 빠졌네! 정씨 집안 그 천벌 받을 것들!” 사실 안준택은 유치장에서 삼시 세끼 규칙적으로 먹어서 오히려 2kg 나 쪘다. 민채린과 안수지도 안준택에게 쉴 새 없이 안부를 물었다. “전에 희연이 너 준택이 일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니 결국 해냈네?” 안수지는 웃으며 안희연을 칭찬했다. 하지만 속뜻은 달랐다. ‘처음에는 안 된다더니 결국 해냈잖아. 그럼 전에는 신경 안 썼다는 거네!' 안준택은 재판 직전에야 풀려났고 보름 넘게 갇혀 지내며 고생했는데 그건 모두 안희연의 책임이라는 뜻이었다. 역시나, 안수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해경이 안희연을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할머니, 저와 현준 씨 사이를 아시잖아요. 언니보다도 친하지 않다는 거.” 안희연은 곧바로 상황을 모면하며 즉석에서 거짓말을 했다. “이 일이 해결된 건 현준 씨 할머니께 부탁드렸기 때문이에요.” 고현준의 할머니 윤은하는 어릴 적부터 안희연을 예뻐했고 그 사실은 주변 사람들도 다 알고 있었다. 김해경은 추궁하려던 말을 거두고 안수지를 노려보며 말했다. “도움도 안 된 게 괜히 이간질하지 마. 입 다물고 있어!” 김해경은 집안의 최고 권위자였기에 안수지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분한 듯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시선을 돌리다가 마침 안희연과 눈이 마주쳤다. 안희연은 품위 있고 우아하게 미소 짓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그 눈빛 깊은 곳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안희연은 김해경의 손을 잡고 본격적인 연극을 시작했다. “할머니, 이번에 현준 씨 할머니께서는 준택이 때문에 특별히 신경 써주셨는데 다음 달 그분 생신에 뭔가 선물을 드리고 싶어요. 현준 씨 할머니께서는 비취를 좋아하시는데, 제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가지고 계시던 비취 팔찌가 생각나더라고요. 그걸 드리면 저희 안씨 가문의 감사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 좋아! 아주 좋아!” 김해경은 연신 ‘좋아’를 외치며 기쁜 마음으로 가정부를 불러 안희연이 말한 비취 팔찌를 가져오라고 했다. 죽은 며느리의 유품을 안씨 가문의 이름으로 선물하는 데 돈은 한 푼도 안 들이고 명예는 얻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민채린과 안수지는 그 말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잠시 후, 가정부가 당황한 얼굴로 돌아와 말했다. “여사님, 보관실에 비취 팔찌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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