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안희연은 문득 처음으로 고현준에게 이혼 얘기를 꺼냈을 때 자신에게 새 연인이 생겼다고, 그 사람이 학교 선배라고 했었다는 걸 떠올렸다.
참 기가 막힌 우연이었다...
하지만 이제 둘은 곧 이혼할 사이다. 이혼 협의서에도 이미 서명했고 인제 와서 굳이 이혼할 남편에게 자신의 사적인 관계를 해명할 필요는 없었다. 괜히 신경 쓰면 오히려 자신이 고현준의 오해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말이다.
윤은하는 한밤중에 깨어났다.
눈을 떴을 때, 안희연은 소파에 엎드려 자고 있었고 그 옆의 1인용 소파에는 서류를 들고 있는 고현준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서류를 본다고 하면서도 그의 손에 든 종이는 미동도 없었고 시선은 온전히 소파에 기대어 자는 여자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
윤은하는 간병인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다가가더니 손주 녀석의 어깨를 툭 하고 치고는 낮은 목소리로 나무랐다.
“너 도대체 뭐 하는 거야?”
그러면서 슬쩍 안희연 쪽을 흘깃거렸다.
이렇게 귀한 우리 손주며느리를 여기서 졸게 만들면 피곤할 거라는 의미였다.
고현준이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안희연은 인기척에 눈을 떴다. 그리고 윤은하를 보자마자 정신이 들었다.
“할머니!”
“우리 희연이 왜 여기서 잤어?”
윤은하는 안희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께서 깨셨을 때 저를 못 보면 또 삐치셔서 밥도 안 드시고 잠도 안 주무실까 봐요.”
안희연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윤은하는 흐뭇하게 웃으며 그녀를 다독이더니 이내 고현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 이 근처에 작은 집 하나 있지 않니? 우리 희연이 거기 가서 하루만 쉬게 해. 내일 아침에 다시 데려오고.”
그리고는 문득 뭔가 떠오른 듯 안희연에게 물었다.
“희연아, 내일은 토요일인데 출근 안 하지? 혹시 시간 있어? 할미가 너 불러내는 게 미안해 죽겠네...”
말이 끝날 무렵, 윤은하는 괜히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안희연은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너무 티 나게 연기하는 것 같았지만 까밝히지는 못했다.
“내일 시간 있어요.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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