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고현준의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그는 침대 곁에 멈춰 서서 조용히 몸을 낮추었고 안희연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귀중한 보물을 바라보는 듯했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가볍게 들어 올려 손등에 입을 맞추고, 이어 그녀의 입가에도 살며시 입을 맞췄다. 그 후 가져온 흉터 치료 연고를 꺼내 그녀의 상처에 조심스럽게 발라주었다.
“음...”
안희연은 작은 신음을 흘리며 단잠을 방해받은 듯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고현준은 바로 동작을 멈추고 그녀가 다시 평온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약을 계속 발랐다.
그녀가 반응을 보이는 그 짧은 순간조차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며 기다렸다.
고현준은 오히려 안희연이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도 조금 있었다.
만약 그녀가 깨어나서 자신이 반쯤 잠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녀가 특유의 날카로운 말투로 빈정거리며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조차 기대가 되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녀의 눈이 온전히 자신만을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안희연이 몸을 뒤척였다.
이불이 반쯤 내려가며 그녀가 입고 있던 잠옷이 드러났다.
그것은 바로 고현준이 이곳에 비상용으로 두었던 흰색 셔츠였다.
셔츠의 목 부분이 살짝 벌어져 그녀의 하얀 피부와 매력적인 쇄골이 드러났다.
고현준의 호흡이 순간 거칠어졌다.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목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깊은 눈동자에는 감춰지지 않는 불꽃이 일었고 온몸이 뜨거워졌다.
...
다음 날 아침.
안희연은 눈을 뜨고 낯선 공간을 보며 잠시 멍하니 있다가 몇 초 후에서야 여기가 어디인지 기억해냈다.
무심결에 방문을 바라보았는데 문은 그대로 닫혀 있었다.
몸에도 이상한 점이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대로 향했다.
그런데 욕실에서 나오려던 순간, 문득 발걸음이 멈췄다.
휴지통을 바라보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갔지만 이내 터무니없는 상상이라 생각하고 고개를 저었다.
방문 앞에서 몇 초간 망설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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