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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갑자기 어두워진 주변에 안희연은 눈이 적응되지 않았다. 곧이어 그녀는 벽에 밀쳐졌고 입술이 막혔다. 마치 그녀를 집어삼킬 듯 거칠고 격렬한 키스였다. 안희연은 숨이 막혀 그를 밀어내려 애썼다. 하지만 밀어낼 수 없었고 오히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너무나 억울했다. 고현준이 그녀의 입술을 놓아주었을 때 그녀의 눈은 눈물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생리적인 눈물인지, 심리적인 눈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분명 그를 원망하는 눈빛이었다. 키스 후, 술 냄새는 더욱 짙어졌고 공기는 야릇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진상아, 네가 술 마시고 먼저 나한테 시비 걸었잖아. 근데 왜 네가 억울해하는 거야?” 고현준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동시에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허리를 받쳐줘야 했다. 네가 술 마시고 먼저 나한테 시비 걸었잖아. 네가 술 마시고 먼저 내 침대로 기어들어 왔잖아. 안희연은 고개를 숙이고 그를 보지 않았다. 고현준은 그녀의 감정 변화를 눈치채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인내심 많은 사냥꾼처럼 그녀가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잠시 후, 안희연의 작은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경주 오빠는 안 그랬는데.” “뭐라고?” 고현준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아파!” 안희연이 아프다고 소리치자 그제야 고현준은 자신이 그녀의 허리를 너무 세게 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를 거의 품속에 파묻을 듯이 끌어안고 있었던 것이다. 고현준은 불을 켜고 안희연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아까 키스할 때 그녀가 자신을 형 고경주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 속의 야릇한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아픔에 술이 깬 안희연은 얼굴을 문지르며 정신을 차렸다. 눈에 가득했던 억울함도 사라졌다. 아까의 경주 오빠라는 말도 그저 잠꼬대 같았다. “현준 씨, 우리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정 때문에라도 준택이 일에 관여하지 말아 줄래?” 고현준이 방해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정씨 가문을 설득했을 것이다. “희연아, 난 정 같은 거 몰라.” 마치 아까 먼저 키스했던 사람이 자신이 아닌 것처럼 고현준의 표정과 말투는 모두 냉정했다. 안희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하긴. 우리 사이에 무슨 정이 있겠어.” 그녀는 웃음기를 지우고 말했다. “그럼 이제 성인들 지간의 얘기를 해볼까우리 성인들 얘기해볼까?” 고현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그 노래 선곡한 거 사과할게.” 그는 그 노래를 나미래가 선곡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안희연은 그럴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내가 친구를 감싸는 모습에 고현준은 굳이 밝히지 않았다. 사실 그는 그 노래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럼 왜 이혼하기 싫은 거야?” “그냥 귀찮아서.” 고현준의 잘생긴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졌다. 안희연은 깨달았다. 그는 이혼하기 싫은 게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그녀와 이혼하고 싶어 했다! 다만 고씨 가문 사모님인 그녀가 있다고 해서 안수지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밤에는 무료로 육체적인 욕구까지 해소할 수 있었다. 그녀와 이혼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었고 당장 필요하지도 않았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안희연은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준택이를 봐줘. 이혼 안 하는 조건 말고 다른 조건 마음대로 말해!” 안수지가 있는 결혼 생활은 1초도 더 견딜 수 없었다. 고현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희연아, 너한테네게 내가 원하는 게 뭐가 있지?” 돈, 재능, 인맥. 하지만 고현준에게는 이런 것들이 모두 필요 없었다. “선택지를 주는 건 성의 없잖아.” 안희연은 아름답게 웃었다. “불법적인 일만 아니라면 고 대표님이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게. 그게 더 낫지 않아?” “만약...” 고현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안희연을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내가 널 정부로 삼겠다고 하면?” 그녀의 미소가 사라졌고 방금 전 여유로운 모습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우리는 부부인데, 무슨 정부야?” 안희연은 본능적으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 고현준은 두 걸음 뒤로 물러나 소파 팔걸이에 기대앉으며 여유롭게 말했다. “이혼하면 부부가 아니지.” “일부러 날 모욕하는 거야?” “사실을 말하는 것뿐이야.” “기간은? 설마 평생은 아니겠지. 준택이 때문에 내 인생을 망칠 수는 없어. 나도 다시 결혼해야 하니까.” 안희연은 태연한 척하며 협상하는 태도를 보였다. “누구랑? 네 새로운 애인이랑?” 고현준은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비웃었다. “그자가 네가 내 정부라는 걸 알면 널 받아줄 것 같아?” 안희연은 모욕감에 얼굴이 굳어졌다.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고현준은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사냥꾼은 언제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한참 후, 여자는 심호흡을 하고 마치 아주 어려운 결심을 내린 듯 침묵을 깨뜨렸다. “좋아... 당신 말대로 정부가 돼줄게!” “명실상부한 구씨 가문 사모님이 되는 것보다 차라리 떳떳하지 못한 정부가 되겠다고?” 고현준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 겉보기에는 온화한 미소에는 숨김없는 조소가 담겨 있었다. 그는 일어서서 안희연의 턱을 잡고 그녀가 자신의 눈을 마주 보도록 고개를 들게 했다. “희연아, 정부가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겠지?” 안희연이 그를 볼 때 그의 눈 속에 있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만이 자리 잡고 있어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내 기술이 질린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괜찮다는 거야?” 안희연은 당황하여 순간적으로 허둥지둥하며 말했다. “당신... 당신 어떻게 알... 누구한테 들었어?” 이 말은 안수지에게만 했는데 설마 안수지가 고현준에게 말했을까? ‘말도 안 돼. 안수지가 미쳤나?' 고현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안희연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잔인하게 말을 이었다. “명분 없는 관계야. 언제 어디서든 내 요구에 응하고 내 모든 취향에 맞춰줄 수 있겠어?” 안희연의 표정은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점점 금이 가더니 경계심과 분노로 가득 찼다. 고현준은 희미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하고 있었다. “잘 봐, 이게 바로 너를 망신 주는 거야!” 그는 안희연그녀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가 지금 눈독 들이는 것은 오직 그녀의 싱싱한 몸뚱이뿐이었다. 짝.! 순간, 여자의 손이 오르내리며 청량한 뺨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신 정말 비열해!” 고현준은 뺨을 맞아 고개가 살짝 돌아갔다. 손가락으로 입가를 훔쳤지만 피는 나지 않았다. 차가운 눈빛이 안희연에게 꽂혔다. 마치 굶주린 맹수의 시선처럼 그녀의 숨통을 조여 오는 듯한 공포가 밀려왔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남자와 시선을 마주했다. 고현준을 십수 년 동안 알고 지냈지만 그가 누군가에게 뺨을 맞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녀가 최초였다. 그런데 남자는 갑자기 눈썹을 살짝 치켜뜨며 혀를 찼다. “몽실아, 그런 성격으로 내 정부가 되겠다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이미 방을 나가버렸다. 안희연은 그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그의 정부가 되려고 줄 서수 있는 여자들이 넘쳐나는데, 그녀처럼 말 안 듣는 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뜻이었다. 안희연은 그 자리에 남아 어쩔 줄 몰라 하며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모든 걸 망쳤다... ‘미숙 이모는... 미숙 이모는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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