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화
안희연은 고현준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의 말을 거역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혜주는 멈칫하다가 분노에 찬 웃음을 터뜨리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고현준과 안희연을 가리켰다.
“하나는 피하고 하나는 싸고도네. 경주가 살아있었다면 절대 날 이렇게 대하지 않았을 거야! 너희들이 날 이렇게 괴롭히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을 거야!”
안희연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최대한 부드럽고 참을성 있게 말했다.
“어머님,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저희? 저희라고? 꺼져! 당장 여기서 꺼져!”
지혜주는 히스테릭하고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대문을 가리키며 안희연과 고현준을 노려보았다.
“고현준, 넌 늘 형의 것을 빼앗았어. 언제나 그랬어! 꺼져!”
형의 것을 뺏는다니, 저게 무슨 말일까.
고현준은 안희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녀의 생각을 방해하며 손을 잡은 채 지혜주에게 말했다.
“몸조심하세요.”
고현준은 그렇게 안희연을 데리고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
오후의 햇살이 너무 밝아서 눈이 부셨다.
안희연은 조용히 자신의 그림자와 나란히 놓인 고현준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한낮의 태양은 두 사람의 그림자를 동그란 덩어리로 만들었다.
두 덩어리가 팔 하나로 이어진 모습이 왠지 모르게 다정해 보였다.
안희연은 조금 전까지 자신을 지켜주던 고현준을 떠올리며 애틋함과 우스운 마음이 뒤섞였다.
고현준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지켜주며 그녀를 챙겨준다는 착각이 들게끔 했다. 그러고는 거듭 찬물을 뒤집어씌우며 차가운 현실을 각인시켰다. 단순히 변덕스러운 마음에 그녀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일 뿐, 사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고현준, 아까는 고마웠어.”
안희연이 손을 빼자 고현준은 텅 빈 손을 움츠리다가 이내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다음엔 만나지 마.”
“어머님은 예전에 나한테 잘해주셨어. 내 입맛도 기억해 주고 날 데리고 나가서 놀기도 했지. 내가 슬플 때는 달래주고, 힘들 때는 격려해 주고... 엄청나게 잘해줬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안희연은 영문을 알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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