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화
“들어가기 싫으면 밖에서 기다려.”
문 앞에 다다르자 고현준이 안희연에게 말했다.
“왜?”
안희연은 고개를 기울여 고현준을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할아버지 말로는 당신이 날 지켜주는 거라던데, 맞아?”
고현준은 입술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희연은 별채 대문을 바라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당신 엄마가 날 인정하지 않으니까 며느리로 찾아뵙는 건 못하겠네.”
고현준은 얼굴을 찡그렸다.
“안희연, 넌 법적으로 내 아내고 그 여자 허락은 필요 없어. 굳이 여기서 수모를 당할 필요도 없고.”
“가자.”
안희연은 치마를 들어 올리며 문을 넘어섰다.
안 들어가면 지혜주가 사람을 불러 그녀를 ‘초대’하겠지.
집 안에선 지혜주가 긴 흰색 새틴 드레스를 입은 채 왼쪽에 있는 흑백 초상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는 전형적인 귀부인처럼 고급스럽고 우아해 앉아있는 것만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유화처럼 보이지만 생기가 없었어 보였다.
“어머니.”
고현준의 말투는 전례 없이 차가웠다.
“어머님.”
안희연은 최대한 차분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다.
“왔구나.”
지혜주는 고개를 돌려 고현준과 안희연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무표정하게 물었다.
“경주는 보러 갔니?”
“아직요.”
안희연이 말하기도 전에 고현준이 앞으로 나서 그녀를 뒤로 보내 반쯤 가렸다.
“오후에 형 보러 갈 생각입니다.”
안희연은 의아한 눈빛으로 고현준을 바라봤다. 그녀가 습관적으로 오후에 고경주를 보러 간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고경주는 같은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고현준의 친형으로, 어릴 적부터 몸이 허약했다가 4년 전 심각한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릴 때부터 똑똑했던 고현준은 부모님이 큰아들을 돌보느라 바빠서 고범석 손에 맡겨져 자랐다. 반면 고경주는 부모님의 곁에서 성장하며 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지혜주는 두 아들을 차별하며 장남 고경주만 챙겼다.
“고현준, 희연이랑 얘기 중인데 왜 끼어들어!”
지혜주의 눈빛이 살벌해지며 고현준을 밀어내려는데 그가고현준은 꿈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