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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고마워요. 선배, 지하철 타고 가면 되니까 역에 내려줘요.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안희연은 조금 전 장면을 떠올리며 꼭 바람을 피우다가 들킨 듯한 느낌에 마음이 불편했다. 아직 고현준과 공식적으로 이혼한 게 아니라서 지나치게 바른 마음가짐 때문에 그런 것이라 치부했다. “이미 차에 탔는데 집까지 데려다줘야지.” 민도현이 다소 수줍게 웃었다. “고마우면 주말에 영화 볼래? 표는 네가 사. 내가 밥 살게.” “...” 안희연은 눈을 깜빡이며 에둘러 거절했다. “선배, 저 주말에 학교 가야 해서 시간이 없어요.” 민도현은 안희연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 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괜찮아, 우린 같이 일하니까 다음에 만나면 되지.” “...” 정중한 거절은 실패로 돌아갔다. 민도현은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고급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순간 당황했다. 이곳 아파트는 손꼽히는 최고급 건물로 그들의 클라이언트도 차마 살 수 없는 곳이었다. “너... 여기 살아?”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안희연과 그녀가 들고 있는 몇천 원짜리 에코백을 번갈아 보았다. 아무리 봐도 돈 많은 사람 같지는 않은데, 안희연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아파트 경비원이 다가가 우산을 들어주며 차에서 내리는 안희연을 정중하게 맞이했다. 민도현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마음 한구석엔 마지막 한 가닥의 미련이 남아 있었다. “에코백만 메고 옷도 명품이 아니라서 난 네가...” 그저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다고? 안희연은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집은 제가 산 게 아니고 에코백은 들고 다니기 편해서요.” “아...” 민도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조언을 해주었다. “희연아, 직장에선 너무 평범하게 입으면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고 괴롭혀.” 그래서 주가예가 안희연을 막 대하는 거지만 민도현은 굳이 이런 말까지 하지는 않았다. “알았어요. 말해줘서 고마워요. 생각해 볼게요.” 민도현은 다시 넋이 나간 채로 떠나는 안희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넉넉한 집안이라 어렸을 때부터 부족함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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