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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안희연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책상 반대편에 서 있었다. “고 대표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최대한 답변드리겠습니다. 제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저희 팀장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다른 질문이 없으시면 서류는 여기에 두고 갈게요.” 그녀는 이곳에 더 있고 싶지 않았다. 고현준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희연아, 아직 뭐가 문제인지 모르나 보네.” 이 말에 안희연은 이미 돌렸던 발길을 다시 돌렸다. “뭔데?” 고현준은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커피잔을 들었지만 잔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희연을 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안희연은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그 자리에 서서 말했다. “고 대표님, 저는 대표님 비서가 아니에요. 커피를 탈 의무는 없습니다.” “안희연 씨, 당신은 내 부하 직원이 아니에요. 그러니 내가 당신 일 가르쳐 줄 의무는 없어요.” 안희연: “...” 너무 화가 났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고현준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말고 당장 돌아서서 나가야 했다. 그러나 강렬한 호기심 때문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문제라니? 무슨 문제?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건가 아니면 서류에?’ 2분 동안 고민한 끝에 안희연은 분한 마음을 안고 탕비실로 가서 커피를 내렸다. 고현준은 항상 블랙커피만 마셨지만 안희연은 일부러 설탕을 세 배나 넣은 라떼를 만들어 가져갔다. 고현준은 라떼인 것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모금 마셨다. 너무 달았다. 표정에는 맛이 없다는 것이 역력했지만 교양 있는 고 대표는 눈살을 찌푸릴 뿐 뱉어내지는 않았다. “죄송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남 시중드는 걸 잘 못 해서 이런 건 서툴러요.” 안희연은 뜻한 바를 이룬 작은 여우처럼 눈웃음을 지었다. 고현준은 그녀와 옥신각신하고 싶지 않은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아. 항상 내가 시중들었지.” 안희연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 저 남자가 말하는 '시중'은 뭔가 다른 뜻인 것 같았다. ‘지금 우리 관계에 할 말이야, 이게?’ “저기, 고 대표님...” 안희연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본론으로 돌아갔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요?” “요 며칠 식당에 왜 밥 먹으러 안 와?” 고현준이 갑자기 추궁했다. “내가 식당에 가든 안 가든 업무와 무슨 상관이죠?” 안희연은 심장이 콩닥거렸다. 고현준이 설마... 자신을 걱정하는 건가? 아니면 신경 쓰는 건가? “안희연 씨, 외부에 저희 고성 그룹이 협력 업체 직원들을 혹사시킨다는 소문이 퍼지면 주가에 영향을 미치 거든요.” 사실 안희연은 예전에 위궤양을 앓았다. 그래서 몇 년 동안 힘들게 고쳤는데 이틀 만에 다시 옛날로 돌아갈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안희연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아, 네. 앞으로는 식당에 가겠습니다... 그래서, 고 대표님, 뭐가 문제라는 거죠?” “몽실아, 회사는 학교가 아니야. 너의 모든 행동은 네 신분과 연결되지.” 고현준은 손을 깍지 끼고 간결하게 말했다. 안희연은 마음속의 초조함을 떨쳐내고 아리송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로펌 직원이고 로펌 서류를 의뢰인에게 전달하는데 무슨 문...” 제? 문제가 있었다. 안희연은 말을 하다가 갑자기 멈췄다. 그녀는 을인 로펌 직원이었고 을의 업무 결과는 갑인 법무팀에 직접 전달되어야 했다. 서로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부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현준은 갑의 사장이었고 법무팀의 상사였기에 그녀의 직급으로는 고현준을 직접 접촉할 자격이 없었다. “근데 이 서류는 법무팀장께서 직접 전달하라고 하셨는데.” 안희연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췄다. “그럼 그 사람이 너더러 옷 벗고 내 침대에 누우라고 하면 그렇게 할 거야?” “고현준, 너!” 고현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안희연은 곧 기가 죽었다. 확실히 법무팀장은 자신의 부하 직원에게 고현준에게 서류를 전달하라고 지시했어야 했다. 설령 을 측에서 고현준과 접촉해야 한다면 최소한 손 변호사급, 또는 파트너 변호사가 나서야 했다. 고현준의 눈에 감탄과 즐거움이 스쳐 지나갔다. 안희연은 영리해서 조금만 알려주면 무엇이든 이해했다. 하지만 사람을 너무 좋게만 보는 것이 문제였다. “그럼 주 비서는 일부러 왜 날 들여보낸 거야?” 안희연은 화가 나서 목소리가 낮아졌다. 고현준은 우습다는 듯이 되물었다. “일부러 왜 그랬을까?” “...” 그녀가 고현준의 아내였으니까. 안희연은 작은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주 비서는 사적인 감정으로 일을 처리하고 앞뒤가 다르고 직무 태만이야. 상여금 깎아야 돼!” 고현준은 무심코 커피를 마시려다가 손을 거두었다. “그래.” 안희연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갑자기 왜 이렇게 순순히 말을 듣는 거지? 고현준은 내선 전화로 주성빈을 불렀다. 주성빈은 어리둥절한 채로 들어왔다. ‘설마 부부 싸움에 나더러 구경하라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대표님의 첫 마디는 이랬다. “주 비서, 이번 분기 상여금 없어.” 주성빈: “???” 주성빈은 안희연을 쳐다보았다. ‘아니, 사모님,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안희연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 대표님, 서류는 여기에 두고 가겠습니다. 저는 이만 일 하러 갈게요.” 상여금이 삭감된 주성빈은 웃는 얼굴로 안희연을 배웅해야 했다. 돌아온 뒤, 주성빈은 안희연이 탄 단 라떼를 치우고 고현준에게 블랙커피를 새로 가져다주었다. “연말 상여금 두 배로 줄게.” 고현준은 서류를 펼치며 말했다. 주성빈은 잠시 놀랐다가 눈을 반짝였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가 을 측 팀원에게 사장실에 서류를 전달하라고 시킨 것은 확실히 규정 위반이었다. 그러나 사모님더러 사장실에 서류를 가져오게 한 건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아무 잘못도 없지. 그리고 오히려 고 대표님은 매우 만족하는 것 같았다. 주성빈은 고현준의 최측근이었고 유학 시절 후배였기에 오랜 시간 알고 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현준이 안희연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모두가 알다시피 고현준은 안희연을 좋아하지 않았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기에는 안희연은 다른 어떤 재벌가 사모님보다 좋은 대우를 받았고 고현준한테서 가장 큰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방금처럼, 고 대표님은 사모님 앞에서 자신의 상여금을 삭감했다. 분명 사모님을 기쁘게 하려는 행동이었다. ... “남편 회사에서 일하는 거 어때?” 나미래는 자신의 새 페라리를 몰고 안희연을 데리러 왔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흥미로운 듯 물었다. “칫.” 안희연은 가방을 뒷좌석에 던지고는 콧방귀를 뀌었다. “무슨 그의 회사에서 일해? 그 사람은 갑 아저씨야. 나 같은 을이 무슨 자격으로.” “그 사람 앞에서 아저씨라고 하지 마.” 나미래는 출발하며 친절하게 충고했다. “왜?” “남자들은 아저씨 소리 듣는 걸 좋아해.” 나미래는 의미심장하게 눈짓했다. “특히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여자일 때 더 좋아하지!” “...” 안희연은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고현준은 내가 그렇게 부르는 거 싫어할걸.” 아마 다른 여자가 그렇게 부르는 건 좋아할 것이다. 안희연은 지금 고현준과 원만하게 이혼하고 싶었다. 추하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나미래는 검지를 흔들며 말했다. “남자들은 다 똑같아!” “그래?” 안희연은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그럼 너네 집 남편 어른께 해봤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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