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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서지민은 잠시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으나 이내 또 다른 관건적인 문제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닌데? 여자 혼자서 형한테 어떻게 수갑을 채워?” “아니면 어떤 상황에서 여자가 형한테 수갑을 채울 수 있지? 여긴 병원이니까 설마 침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거야?” 서지민은 대답을 들을 필요 없이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 여자가 형하고 하룻밤을 가진 뒤에 형을 침대에 묶어놓고 도망간 거구나.” 역시나 서지민의 논리는 만점이었다. “지문 대조. 서 도련님은 얼른 가서 지문 대조나 해요. 저는 고씨네... 큰 아가씨와 고서현의 지문을 채취해 오도록 할게요.” 진구는 서지민이 계속 말을 하게 내버려두면 조만간 자신이 모시고 있는 도련님이 살인을 할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 냉큼 화제를 돌려버렸다. “고하진 조사해.” 경도준은 또 한마디 말을 덧붙였고 그건 진구한테 하는 말이었다. 조금 전에 서지민한테 고하진을 조사하라고 명을 내린 적이 있기는 하나 지금 재차 진구한테 지시를 내리는 걸 보면 분명 또 다른 뜻이 있는 게 분명했다. “언제부터 조사할까요?” 놀란 기색이 전혀 없는 진구는 어느 시절부터 조사를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다. “...” 경도준은 멈칫하다 말을 이었다. “태어나고 나서부터 전부 조사해 봐.” 그는 이혜인이 고하진한테 대한 설명으로 보아 만일 방에서 도망을 친 사람이 정말로 고하진이 맞는 거라면 고씨네 집안에서 일부러 고하진의 일들에 대해 숨기고 있는 거라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반드시 일상생활 속에서 벌어진 일들을 포함해 샅샅이 조사해야만 한다. 진구는 어리둥절해졌다. 태어난 후부터? 너무 변태적이잖아! 허나 이 정도로 경도준이 고씨네 큰 아가씨를 얼마나 중히 여기고 있는지를 증명해 주는 격이 되어버렸다. 만일 전에 잠자리를 가진 사람이 진짜 고씨네 큰 아가씨라면... 우리 벌써 사모님이 생기는 건가? 지금의 고하진은 경도준이 대체 몇 개의 파벌을 이용해 그녀를 파헤치려 드는 건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칠성 공원 앞에서 차를 내린 그녀는 감시 카메라를 피해 우여곡절 끝에 집에 다다랐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몹시 초조해 보이는 고의정을 발견했다. “오빠.” 고하진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울먹거리는 어조로 말을 건네고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일들을 겪었었으니 말이다. 고의정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멍하니 있다 재빠르게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왜 고서현 얼굴로 화장한 거야?” 며칠 전에 출장을 갔었던 고의정은 어젯밤 고하진의 생일 잔치에 참석하려 일찍 비행기 표를 끊었었다. 원래는 저녁 5시 전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날씨 영향으로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언제 이륙할 수 있을지 몰랐던 것이다. 그리하여 고의정은 직접 운전해 이리로 달려왔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오는 길 차에 고장이 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터라 그가 진성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새벽 한 시였다. 게다가 생일 잔치는 진작에 끝났을 텐데 고하진이 집에 돌아오지도 않았고 휴대폰은 통하질 않으니 그는 걱정이 되어 죽을 지경이었다. 고하진은 지금에 와서야 천천히 회상을 해 보니 어젯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완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어제 생일 잔치는 할머니가 주최한 거야. 손님들은 할머니와 둘째 삼촌들이 모신 분들이었고 아빠, 엄마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어. 초대한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 그렇다고 엄마, 아빠가 갑자기 그 연회를 취소할 수도 없잖아.” “아무튼 할머니가 혼자 다 알아한 거니까 엄마, 아빠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어.” “그러다 저녁 8시쯤에 할머니가 갑자기 아프다고 하면서 아빠, 엄마한테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하는 거야. 엄마, 아빠는 거절도 할 수가 없으니까 할머니를 따라나섰는데 나는 거기 주인공이었으니까 어딜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 “엄마, 아빠가 자리를 떠나고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에 몸이 어딘가 좀 이상하다는 걸 느꼈어. 워낙 조심성이 있어서 별 다른 생각은 안 했어. 엄마, 아빠가 나간 후에 먹은 음식도 마신 음료도 없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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