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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장 갇히다

“아니,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요. 다른 여자 만난 것도 아닌데 왜 날 가두는 거예요? 나 억울하다고요.” “어제 얘기했잖아. 유범표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집을 나설 수 없다고. 별장 안에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충분해. 더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내가 사다 줄게. 어쨌든 앞으로 며칠, 길어지면 열흘 정도 이 대문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면 안 돼. 내 말 안 듣고 몰래 나온다면 정말로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송아영은 매서운 눈빛을 하고는 엄숙하게 말했다. 이건 그녀가 하강우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강우가 유범표에게 손을 쓴 것도 한스 그룹, 그리고 그녀 자신을 위해서였다. 그러니 그녀는 하강우가 이 일로 다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았다. “다리를 부러뜨린다고 해도 나갈 거예요.” 하강우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라고?” “여보 말을 잘 듣겠다고요. 여보가 나가지 말라고 했으니 절대 나가지 말아야지. 대문밖으로 한 발짝이라도 나가면 여보가 내 다리를 부러뜨릴 수 있게 다리를 내밀게요.” “다른 꼼수는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얌전히 집에 있어. 범표무관 문제는 내가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 놨으니까. 내가 해결할 때까지 절대 나가서 문제를 일으키지 마.” “여보, 어떻게 해결하려고요?” “나 여보라고 부르지 마. 또 부르면 입을 막아버릴 거야.” “그러면 대표님이라고 불러야지. 대표님이 생각한 해결책이 뭔가요?” “안 알려줄 거야.” 송아영이 대답한 뒤 우아하게 몸을 돌리고는 하이힐로 또각또각 소리 내며 걸어갔다. 사실 그녀가 하강우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는 해결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우선 하강우를 보호하고 천천히 상황을 지켜보며 해결책을 찾는 것이었다. 하강우는 멀어져 가는 송아영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잘록한 그녀의 허리는 시선을 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강우는 지금 이 순간 송아영을 혼내고 싶었다. ‘감히 쇠사슬로 나를 집에 가둬? 이 여자 해도 해도 너무하네. 매를 벌고 있어!’ 대문이 잠겨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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