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송강태의 죽음
“김수호, 이렇게 비열한 짓을 꼭 해야겠어?”
“난 정정당당한 방법을 써 봤어. 너한테 장미꽃이나 가방도 선물로 줬었잖아. 하지만 넌 함께 식사하고 난 뒤에도 나랑 영화 한 번 같이 보지 않았어. 이제 네 할아버지의 목숨은 내게 달려 있어. 네가 선택해!”
하강우가 앞으로 걸어 나와 송아영에게 말했다.
“송 대표님 할아버지는 제가 살릴 수 있어요.”
“당신이 살릴 수 있다고? 촌놈 따위가 감히 응급실 안으로 들어와?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당장 나가!”
이소희는 조금 전에 하강우를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녀는 하강우를 데려온 사람이 송아영이라는 것을 몰랐고, 본능적으로 하강우를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다.
“이 비서, 이쪽은 내가 최근에 채용한 비서 하강우 씨야.”
‘최근에 채용한 비서?’
빠르게 머리를 굴린 이소희는 곧바로 뭔가 깨달은 듯이 하강우를 나무랐다.
“정말 촌놈이라니까. 채용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송 대표님께 잘 보이려고 하는 거야? 자기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장 원장님도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당신이 어떻게 살려? 지금 회장님을 구할 수 있는 건 윤 선생님뿐이야.”
하강우는 이소희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진지한 얼굴로 송아영에게 말했다.
“전 제가 대표님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을 거라고 100% 확신합니다.”
“입 닥쳐!”
송아영은 당연히 하강우를 믿지 않았다. 장 원장마저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그가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할아버지를 꼭 구해야 해!’
송아영은 이를 악물더니 김수호에게 말했다.
“윤 선생님이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신다면 너랑 결혼할게.”
“그래, 그래야지!”
김수호는 목적을 이루게 되자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윤 선생님, 송 회장님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송 회장님을 살려주신다면 약속했던 것의 두 배를 드릴게요.”
“전 일반적으로 직접 나서지 않지만, 제가 나서면 염라대왕의 손에서도 사람을 구할 수 있습니다. 도련님을 위해서 반드시 회장님을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서가 박달나무 상자를 하나 가져왔다. 그걸 여는 순간 안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와 사람들은 눈을 뜨지 못했다.
그것은 기린금침이었는데 총 9개가 있었다. 모든 금침에 각기 다른 형태의 기린이 생생히 조각되어 있었다.
윤재욱은 그의 여자보다도 더 보드랍고, 티끌 하나 없는 흰 손바닥으로 금침 위를 쓱 쓸어보았다.
그 순간, 상자 안에 조용히 누워있던 금침들이 일제히 일어났고, 금침의 끝부분에 조각된 기린 문양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신통한 광경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세상에! 금침에 손이 닿지도 않았는데 놀랍게도 다 세워졌네요. 정말 대단해요!”
“손이 닿지도 않았는데 금침을 움직이다니 정말 엄청나네요. 윤 선생님은 30년 전부터 신의라고 불렸는데 이제는 윤느님이라고 불러야겠어요.”
“그러게요. 하느님이 아니라면 어떻게 염라대왕의 손에서 사람을 구하겠어요?”
...
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면서 윤재욱은 손을 움직여 9개의 금침을 송강태의 위로 날려 보냈다.
금침들은 마치 독수리처럼 송강태 위를 맴돌았다.
“일취천돌, 진혼정신!”
윤재욱이 주문을 외우자 금침 하나가 내려와 정확히 송강태의 천돌혈에 꽂혔다.
금침이 꽂히자마자 송강태의 창백한 얼굴에 조금 혈색이 돌았다.
이소희는 그 광경을 보고 흥분해서는 송아영을 향해 외쳤다.
“송 대표님, 보세요. 회장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겨우 침 하나를 놨을 뿐인데 안색이 좋아지셨어요.”
“조용히 해.”
첫 번째로 놓은 침을 봤을 때 윤재욱은 확실히 실력이 있었고 신의라고 불릴 만했다.
하지만 하강우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송강태의 병변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었고, 윤재욱의 진단이 틀렸다는 것도 알아보았다.
첫 번째 침은 천돌혈에 놓았으니 두 번째 침은 영허혈, 그다음은 자궁, 그리고 신정에 놓을 것이다.
금침이 신정혈에 놓이는 순간, 송강태는 분명히 죽을 것이다.
가사 상태라서 15분 안에 살려낸다면 살 수 있지만 15분이 지나면 하강우도 살릴 수가 없었다.
“이취영허, 회혈생진.”
송강태의 메말랐던 입술이 조금 촉촉해졌다.
“삼취자궁, 사체복근.”
송강태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사취신정, 신회명속.”
네 번째 침이 들어가는 순간 송강태가 병상에서 일어났다.
비록 몸은 살짝 뻣뻣해 보였고 눈빛도 공허했지만, 수치를 보니 폭등하고 있었다.
윤재욱은 당황스러워서 조금 멍해졌다.
침을 네 개 밖에 쓰지 않았는데 벌써 살아나다니, 그조차도 불가사의했다.
하지만 살았다는 게 중요하지, 침을 몇 개 썼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아마도 자신의 실력이 더 늘었을 거라고 짐작했다.
“이제 돌아와.”
허공에 떠 있던 다섯 개의 금침이 휙 날아와서 상자 안으로 돌아왔다.
송강태는 다시 병상에 누웠다. 수치는 더 이상 폭등하지 않았지만 서서히 회복했다. 그건 그의 상태가 안정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윤재욱은 금침을 거두어들인 뒤 송아영에게 말했다.
“아가씨, 아가씨 할아버지를 구했으니 아가씨와 도련님께서는 곧 결혼하시겠군요. 결혼하시게 되면 꼭 절 초대해 주세요. 축하주도 마셔야겠고, 사례도 받아야겠어요.”
“당신은 사람을 구한 게 아니라 죽인 거예요. 이건 죽을 무렵에 잠시 상태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에요. 송 회장님은 이제 곧 죽게 될 겁니다.”
하강우의 말에 기뻐하던 송아영은 화가 났다.
‘어렵게 할아버지를 살렸는데 할아버지가 곧 죽을 거라고 해?’
송아영은 참지 못하고 욕했다.
“곧 죽을 사람은 하 비서겠지!”
삑삑삑.
수치들이 순식간에 0이 되었다.
송강태는 죽은 것일까?